연신(緣神)감응론

인연감응설(연신감응론 2)

풍수명인 2010. 6. 7. 11:57
2010년 01월 04일 (월)

과학은 인류가 발전해 나아 가는 데 꼭 필요한 이기(利器)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진보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족쇄(足鎖)로서의 악역을 하기도 한다. 상식으로 통하던 지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모순과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결과 새로이 수면으로 떠오른 지식을 사회가 수긍하는 데는 그 시대 과학 수준에 맞는 증명을 거쳐야 하고 이에 적응하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로서, 인간이 다른 어떤 피 창조물보다 우월하고 지구는 신의 자손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간과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태양과 별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天動說)을 그 시대의 상식이라고 믿게 하였다. 그 후 종교적 또는 철학적 판단에 기초한 천동설의 모순이 점차 드러나며 코페르니쿠스에 의한 불완전한 지동설(地動說)을 거쳐, 티코 브라헤(Tycho Brahe), 갈릴레오 갈릴레이, 케플러와 뉴턴 같은 학자들의 천체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동설의 증거가 하나씩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기나긴 세월과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된 후에야 비로소 지동설이 상식이 될 수 있었다. 이 예는 필자가 연구한 풍수적 가설(假說)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 입장에서 참고 자료로 소개한 과학 발전사이다.
 


 

천동설 시계(베네치아) 

 
전편에서는 풍수지리의 입장에서 동기감응론 및 그 한계에 대하여 분방하게 서술해 보았다. 근래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인연감응설을 주장하나, 불운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현상이나 사례를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풍수지리가 비과학적인 분야라는 오해를 받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마도 수천 년 전에 잘못 끼웠던 첫 단추를 다시 꿰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리라 예측한다.

인연감응설(因緣感應說)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연고(緣故)라고 할 수 있으며,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도 포함된다. 인연은 유전인자와는 개념의 차이가 있지만, 유전인자를 포함하는 훨씬 광의의 개념이다. 조상과 자손의 관계는 당연히 인연의 범주에 속한다 하겠다.

같은 혈통인 조상과 자손은 물론, 전편의 예와 같이 둘 중 하나가 사망한 부부(夫婦), 양부모(養父母)와 양자녀, 시댁 조상과 며느리, 스승과 제자, 사랑으로 인연이 된 연인, 화장한 유골과 그 자손 등 서로 동일유전자가 같지 않은 사례의 기 감응 현상을 인연감응설로 설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처럼 인연의 범위는 넓다.

가묘(假墓)와 초혼묘(招魂墓)

여기에서, 풍수지리적인 많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어느 집안마다 명당에 대하여 은밀 시하는 경향과 자기 집안의 허물이 포함된 사정으로, 그것에 대한 공개나 발표가 매우 조심스럽고 제한을 받게 한다. 그리고 그 집안의 양해를 얻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필자의 집안 산소에 대한 예를 적기로 한다.

1998년부터 3년 여 동안 필자의 조부모 산소 자리가 흉지임을 알고 서울에서 남해안의 고향까지 수십 차례를 왕복하며 이장처를 물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향에는 공동묘지가 없으니 노인들은 신후지(身後地)가 없어 사후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으로 묘터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몇 년간 쏟은 정성과 고생스러움은 지금 상기해도 새롭다. 드디어 2002년 필자의 스승께서 점혈하신 아늑한 산자락에 두 봉분 정도 쓸 장소의 묘지 사용을 땅 주인인 고향 마을 어른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승낙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필자의 작은 집 숙부님을 뵙고 이장에 동의를 구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후로도 반대하심이 요지부동이었다.

어린 시절부터의 한 친구는 “능력은 뛰어나나 되는 일이 없다.”라고 필자를 평하곤 했는데, 돌이켜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항상 손해 보며 산다는 관념으로 우울증을 안고 수십 년 동안 살아왔다. 이장 반대가 계속되는 동안 건강했던 아들(사촌 동생)이 비명횡사하는 일이 있었고 작은 집 식구들이 병환에 시달렸지만, 숙부님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행여 지주 분의 마음이 바뀌어 승낙해 준 곳에 산소를 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찌하나 하는 조급함에 우선 가묘(假墓)를 써서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동의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당시 단지 가묘를 만들었을 뿐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필자가 하는 사업이 이상하리 만치 번창을 하기 시작하였다. 주위 사람들의 표현은 “불과 같이 일어난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이장을 하였고, 반대가 심했던 숙부님 내외도 “이장한 후로 7년여 동안 집안이 흉사 없이 무탈하게 지낸다.”라고 수긍하게 되었다.

이상 필자의 사례로서 가묘(假墓) 발음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초혼묘(招魂墓)란 시신만 없고 보통의 묘와 같이 봉분 등을 조성한 산소로서 초혼단(壇)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찾지 못한 시신의 혼(魂)을 머물게 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화장후 산골(散骨)하였으나 유족들의 망자에 대한 간절함으로 혼이라도 모신다는 생각으로 초혼묘를 만드는데, 이렇게 비어 있는 묘와 자손 사이에서의 감응현상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어느 집안의 선대 산소는 야밤에 도굴을 당했는데 캄캄하니 도굴꾼들이 안에 있는 전부를 무차별로 쓸어 담아 가져갔으나 후손들이 한동안 유골이 없어진 사실을 모르고 지내며 발음이 계속된 예도 있다. 또한, 어느 집안의 양자(養子)와 생전에 보지도 못한 양(養)고조부 사이에 서로 미치는 영향을 인연감응이라고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여하튼 생시의 연(緣)이 전혀 없거나 가묘나 초혼묘처럼 유골(實體) 없는 묘와 자손 간의 발음현상을 인연감응설로 정리하기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혹자는 지금까지의 이론을 포괄하여 정리한 혼합(混合)감응설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기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