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緣神)감응론

영혼감응설과 기의 주인(연신감응론 3)

풍수명인 2010. 6. 7. 11:53
풍수2010년 01월 11일 (월)

요즈음 산업계에서 ‘규격 표준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처럼 풍수 분야를 연구하려면 최소한 용어의 표준화가 절실하다 하겠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로 ‘영혼’, ‘혼(魂)’ ‘귀(鬼)’, ‘백(魄)’ 또는 ‘혼백(魂魄)’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신(神)’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하겠다. 세상에서는 ‘신’이란 용어가 귀신이나 유일신을 떠올릴 수도 있다는 선입관으로 그 사용을 꺼리는 반면, ‘영혼’이란 단어는 종교적이고 품위 있는 느낌이 든다 하여 많이 사용할 뿐이다.

영혼감응설(靈魂感應說)

이제까지 ‘기(氣)’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지만, 그 자체가 스스로 활동하는 능력이 있다는 오해로 또 다른 모순과 혼란을 가져왔고, 정작 그 감응 현상을 오랫동안 물질과 육의 기준에서 분석하는 오류를 범해 왔다. 그렇다면, 기준을 '기의 운용 실체'를 파악하여 판단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앞서 이야기한 난제들이 일시에 풀리리라 본다. 다시 말하면, 물질의 근본인 기 자체는 스스로 독립한 능동체가 아니고, 다양한 주체들에 의하여 운용되는 다양한 객체로서 이해하면 된다.

이 기준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현상들을 이치에 맞게 포괄하는 또 다른 이론인 영혼감응설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설은 이제까지의 물질에 치우친 판단 기준을 '기와 영혼의 영역'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신(神)이 자기와 연관된 기를 자손 등 산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모두 기의 존재에 대하여는 수긍을 하는 태도이나, 영혼이니 신이니 하는 존재는 애초부터 풍수지리와는 무관한 종교 분야라고 하여 단호하게 배제당하였다. 그러나 그 존재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기와 그 감응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결혼 전에 사망한 사람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하는 ‘영혼결혼식’은 신을 이해하는 좋은 예일 것이다.

영혼감응설은 현재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론 정립도 미완성 상태이지만, 일부에서 지금까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사후에도 당연히 만물의 근본인 각종 기를 지배한다는 인간 우월의 사고에 기초한다.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오랜 상식이었던 천동설을 출발시킨 인간 중심관과 같은 맥락이다.

또 한 가지는, 대부분 풍수연구가가 땅 위의 양택 분야에서는 이러한 기 감응 이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단지 '한정된 공간'을 통하여 집이나 거주자와 주변 자연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응기(應氣)’ 현상이라고 한다. 아마도 '거리와 공간을 초월'하는 유골과 자손 간의 기 감응 관계인 동기감응론도 온전하게 정립이 안 된 단계에서, 유골조차도 없는 기 감응을 판단하기에는 혼란만 더해질 것이라는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동종(銅鐘)과 구리산의 공중을 통한 기 교감이 동기감응의 유래가 된 바와 같이 당연히 양택도 음택과 같이 거리를 초월한 기 감응의 연구대상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바는, 지하에 묘 관련 시설이나 유골 등의 연고가 전혀 없는, 즉 조상신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엄연한 기 감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걸출한 인물 중 상당수는 출생 시 좋은 가상(家相; 집의 위치나 방향, 구조의 길흉을 말함)이나 명당 집터의 기를 받으며 태어나서 성장하고 외지에서 계속 그 감응을 받으며 큰 인물이 된 예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기(氣)의 주인은 어떤 존재란 말인가?



   

기(氣)를 운용하는 실체(實體)
 

조선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선생은 '귀신과 혼백의 설(說)'에서, 천지간은 기(氣)로 꽉 차 있으며 모든 귀신(鬼神)이란 기로 이루어져 있다. 귀(鬼)는 신(神)을 담고 있으며, 귀는 백(魄)속에 있다. 그리하여 기는 신을 담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백(魄)이란 음(陰)이고 신은 양(陽)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 사람이 죽게 되면 양의 기운은 오르고, 음의 기운은 내리게 된다. 즉, 양기로서의 신(神)은 오르는 반면, 음의 기운인 귀(鬼)는 내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앞에서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대목은, 생시의 육(肉)에서는 음과 양이 조화된 상태이지만 그것을 벗어버린 사후에는, 양(陽)으로서의 혼(魂)은 위로 올라 신위(神位), 제단(祭壇) 등에 머무는 신(神)이 되고 양명한 것이며, 음(陰)으로서의 백(魄)은 땅속으로 내려가 귀(鬼)가 된다 하여, 기체(氣體)를 가진 존재가 복수임을 파악한 점이다. 이제까지 조상과 관련한 신적 존재는 당연히 하나이리라는 상식을 깨는 설이 되겠다.

이 설을 참고하여 정리하면, '양(陽)의 신(神)'과 '음(陰)인 백(魄)으로서의 귀(鬼)' 가운데, 음택에서의 기 감응은 땅속의 '백(魄)에 담긴 귀(鬼)'가 처해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묘나 양택 분야에서는 귀(鬼)와 전혀 무관한 기 감응이 있는 현실이고, 사람은 사고사, 병사 또는 노환으로 대부분 육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죽게 된다. 그렇다면 그 육을 이루는 기도 온전하지 못한 나약한 존재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죽어서도 만물의 영장이고 독립된 존재로서 주변 타 존재의 기를 거침없이 운용하여 자손에게 전달하고 길흉화복에 관여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도달한다.

앞에서의 두 예로 보면 ‘귀(鬼)로서의 조상신’은 기를 운용하는 실체(實體)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무릇 천지 사이에 가득 찬 것은 기(氣)”라 함은 기의 주체가 천지에 가득하다는 의미가 된다. 아마도 많은 풍수가가 “묘 앞의 문필봉(文筆峰)으로 보아 자손 중에서 훌륭한 학자가 나오겠다.”라느니 “묘 옆의 산자락이 봉분을 찌를 듯이 향하여 그 자손이 칼에 찔려 비명횡사하겠다.”라는 등 묘 주변의 산, 들, 강 등 자연을 기의 작용을 하는 생명체로 보고 산소의 길흉을 판단함을 흔히 볼 수 있다.

만물에는 기가 서려 있으니 그 하나하나에 맞는 기체(氣體)를 가진 신(神)이 당연히 존재한다. 특정 산이나 강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비 생명체라는 견해는 물질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물질과는 달리 기는 이동이나 전달이 매우 쉽고 신속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