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오행(五行)과 건축 1

풍수명인 2010. 3. 20. 00:19
2010년 03월 01일 (월)

세상의 처음은 혼돈의 상태로 무극(無極)에서 출발하고, 운동 구심점이 시작하는 태극(太極)의 단계에서 변화하여 양과 음의 양의(兩儀)가 된다. 당초에는 음기과 양기만이 존재하였으나, 어느 시점부터 초자연적인 작용으로 각각 변화하고 발전하여 木, 火, 土, 金, 水의 5가지 기운과 물질로 분화되어 이 세상 만물이 되고 또 그 기운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다섯 가지 기운을 오행이라 하는데 이들이 서로 보완작용을 하기도 하고 극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만물을 생성하고 소멸시키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 균형을 이룬다. 오행은 각기 고유한 방위, 계절, 색깔 그리고 속성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고유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木은 나무이니 서 있거나 누워 있는 직선 형태를, 火는 불이니 불꽃 모양을 한 날카로운 모양을, 土는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金은 둥근 원이나 반원 형태를 그리고 水는 물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각각 표현한다. 여기에 추가로, 풍수에서는 삼각꼴을 목형으로, 서 있는 사각형을 토형으로, 그리고 활과 같은 미미한 원의 모양을 금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오행 중 건축과 토목분야에서 주로 응용하는 형태는 목형, 토형, 금형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세 가지 각기 기운과 나머지 화형이나 수형의 주변 지형 및 물체에 수반된 기운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관계를 도모하여 길한 기운이 흐르도록 함이 양택 설계의 한 부분이다. 땅의 생기와 지세 못지않게 건물의 구조와 형태는 거주하는 사람의 길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건립

얼마 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호화판 청사를 경쟁적으로 건축하는 현장을 걱정 반 실망 반의 심정으로 보아 왔다. 그 규모에 있어서 방만함은 차치하고, 외벽에 온통 유리를 둘러 내부의 기가 집중되지 못하고 발산되어 버리는 점, 건물의 하부보다 상부가 넓어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불안정한 형상, 더하여 건물 중간에 커다란 구멍(개방구)를 내어 흉함의 극치를 본다. 풍수에서의 양택 이론으로 보면 가장 나쁜 점들로 구성된 설계이다.

유리는 기가 자유로이 통과되는 건축 소재이니 절제된 사용이 바람직하고, 건축물은 밑이 넓은 삼각꼴이 안정성이 있다. 건물은 내부 중앙에 기가 집중되는 설계가 길하니 건물 중간에 뻥 뚫린 개방구는 건물 내부의 기를 분산시킬 수밖에 없는 흉한 상이다. 뒤늦게 중앙 부처에서 그 규모나 에너지 효율을 문제 삼아 그 시정을 요구하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말 안 들으면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 한다.

용산의 K 빌딩

용산에 있는 K 빌딩은 흉한 형태를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외국의 설계용역회사에서 실험으로 설계하여 본 경우이다. 우리나라 고객을 우습게 보았다는 말도 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외관이 달라지게 하여 당시에는 화젯거리가 되고 건축설계와 관련한 상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서 관련 그룹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슬픈 운명을 맞았으며 그 뒤에 입주한 H그룹도 부도를 맞는 등 엄청난 비극의 흉상이다. 이 건물은 사각형의 토기(土氣)에 비정형 삼각꼴의 木의 기운이 난잡하게 섞여 있어, 내부의 기운이 집중되지 못하고 대립하는 흐름의 구조로 되어 있다. 목극토(木剋土; 나무 뿌리가 땅을 파고 들어 깨트리는 현상)이니 서로 소멸시키고 배타하는 기운이 흐른다.

여의도 트윈 빌딩

흔히 풍수에서 산과 강의 지형지물을 의인화하여 그 길흉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건축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의도 주변을 지날 때마다 한강 한편에 우뚝 서 있는 쌍둥이 빌딩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걸친 오랜 세월 동안 성장해 왔던 대그룹이 입주해 있다.

그 빌딩의 외관은 좋아 보이지만 볼 때마다 어쩐지 얼마 전 하나의 그룹이 ‘L그룹’과 ‘G그룹’의 둘로 나뉘게 되었던 운명적 상황이 연상됨을 금할 수 없다. 바로 두 거인이 서로 등지고 각기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 떠오른다는 말이다. 보기에는 네모 꼴의 토기(土氣)가 주를 이루고 상부에 삼각형의 목기(木氣)가 조화를 이루는 단정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오행 상으로는 목극토이니 상부와 하부가 화합하지 못하는 기운이 흐른다.

또 달리 보면 주를 이루는 사각꼴 형태에 똑같은 사각의 기운이 배가되는 쌍 배치는 토 기운을 지나치게 왕성하게 하니 좋은 배합이 되지 못한다. 한쪽에 원형을 많이 채택한 타워를 배치하면 토생금(土生金; 흙이 금을 품어 생하게 하는 이치)이 되어 좋은 기의 흐름이 되고 미관도 조화를 이룰 것이다.

광화문의 E 빌딩

   
오행상 중앙으로 기를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형태는 원형이다. 하지만, 건축에 있어서는 원형이나 팔각형 또는 육각형이 공간 배치와 활용의 면에서 제약을 받게 되므로 그 형태에 가장 가까운 정사각형의 건축물을 길한 상으로 평가한다.

경복궁의 교태전에서 주혈을 만든 후의 여기(餘氣)가 흘러갔을 법한 곳에 E 빌딩이 단정한 외양으로 우뚝 서 있다. 이 건물에 입주한 회사는 다 잘 된다는 입소문이 퍼져 세 들어올 대상자는 적어도 2년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입주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 건물은 금고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보이는데 그만큼 창문의 크기를 최소화하여 내부에서 기가 집중되는 구조이다. 요즈음 짓는 건축물처럼 창을 극대화하거나 유리를 아예 외벽으로 시공하는 설계와는 정반대이다. 또한, 외형상 하부와 상부 모두 한결같이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으니 내부에서의 기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이 빌딩의 외벽 모서리가 직각으로 모나지 않고 둥근 형태로 건축하였다는 점이 가장 특이하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원형(圓形)에 가까워지고자 했다는 말이다. 오행으로도 사각은 土요 원형은 金이니 토생금으로 서로 보완하고 생하여 주는 길한 건물이다.

   

종합하여 보면, 결과적으로 건축물이나 산, 강 등을 포함하는 만물은 안정되고 단정한 모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만물을 누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단아하고 진중하며 아름다운 성상과 용모를 갖추어야 되리라 본다.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이렇게 사람끼리 그리고 사람과 자연 간에도 상호 보완하고 생명력을 주는 세상을 이루면 좋으리라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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