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청계천과 4대 강 사업 2

풍수명인 2010. 3. 20. 00:17
2010년 02월 21일 (일)

전편에서 우리는 청계천의 준설, 복개 및 복원이라는 치수사업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의 4대강 사업의 지표가 될만한 자료를 추정하여 보았다. 정책을 시행하는 시각과 풍수적인 관점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나, 그 귀결은 항상 근접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4대 강이라 함은 한강, 낙동강, 금강 그리고 영산강을 말하며 이 모두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강과 낙동강은 그 길이가 500km를 넘어 사업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지만, 금강은 400km를 약간 못 미치는 전장으로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사이를 흐르고, 영산강은 약 115킬로미터의 길이로 전라남도를 비스듬히 관통한다.

여기에서는 풍수적인 고려 대상을 유역 면적 26,219평방킬로미터의 한강과 24,000평방킬로미터의 낙동강으로 국한하여 보기로 한다. 두 강 유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국가 차원에서의 파급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풍수적인 검토
 

한강은 강원도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서해로 흘러가는 강이고, 낙동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시의 작은 저수지인 황지못이다. 이 강은 대구 분지를 지나 부산 서쪽에서 분류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발원지에 대하여 다른 견해가 있으나 크게 보아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걸쳐 있는 해발 1,346 미터의 구룡산에서 처음으로 남북으로 갈라지며 출발하는 물줄기가 각각 진행하여 낙동강과 남한강이 된다.

한강과 낙동강의 전장은 각각 514km와 525km로서 거의 같은 높이로 전술한 구룡산을 출발하여 바다로 흐르니 얼핏 보면 두 강이 대동소이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경부대운하사업’을 계획할 당시 조사한 평균 경사도 자료를 보면 한강이 1/3,000인 반면, 낙동강이 1/5,000로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좀 더 굴곡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 강은 하구에 을숙도와 같은 광대한 삼각주를 형성할 정도로 퇴적 현상이 심하다.

   
▲ 한강 ⓒwikipedia

풍수지리에서는 물길을 판단할 때, 물이 얼마나 완만한 경사의 지형을 흐르고 굴곡을 많이 하는가를 보는데, 소리를 내며 급히 흐르거나 탁하거나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물은 흉하고 천한 것으로 피해야 할 대상이다. 즉, 급격한 변화없이 머물러 있는 듯 흐르면서 떠나기가 아쉬운 듯 자리를 맴돌고 돌아보며 굴곡하는 맑은 물을 수법(水法)에서는 길격으로 평가한다.


지리를 볼 때 선사께서는 ‘산을 보기 전에 물을 먼저 보라.’ 하여 물길의 중요함을 일러두었다. 물을 보고 아울러 용맥도 살펴 지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먼저 양대 강 유역의 산세를 검토하고 나서 그 결과와 함께 논점이 되는 물길을 풍수지리의 관점에서 종합 평가하기로 한다.

한강 유역은 동쪽에서는 백두대간, 북으로는 한북정맥 그리고 남쪽의 한남정맥이 잘 감싸는 광대한 지역이다. 서울은 수구(水口; 강물이 흘러나가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상류 지역에서 흘러오는 기를 흡수하여 번창하니 한 나라의 수도로서 손색이 없는 대명당이다. 다만, 한북 정맥이 강 유역을 잘 감싸며 내려오다가 방향을 북방으로 살짝 돌리며 멈춰 버린 형국과 남으로 한남정맥이 한강 하구까지 유정하게 환포(環抱; 둥글게 둘러쌈)하여 기를 모아 주려 하지만 그 산세가 약하여 누기(漏氣; 기가 새어나감)됨이 대명당의 지위를 한 단계 낮추었다고 본다.

한편, 백두대간이 남하하다가 태백에서 방향을 서쪽으로 바꾸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그리고 지리산을 만들고 낙남정맥으로 이어져 김해에서 멈춘 용맥은 낙동강 유역을 더없이 잘 감싸고 있다. 그리고 태백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온 낙동정맥은 부산까지 행룡하였으니 그 용맥이 멈춘 지역이 번창할수 밖에 없는 수구처이다. 수구가 조밀하게 잘 관쇄(關鎖; 문을 잠그듯이 잘 막혀 있음)되어 흠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대단한 대국(大局)의 명당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더없이 좋은 산세가 강 유역을 감싸는 점과 낙동강의 물길을 연관하여 보면, 동과 서에 있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기세가 중중하니 다시 작은 용두와 지각을 각각 동서로 뻗어 내린 국세이다. 이 산자락 사이를 돌고 돌아 낙동강이 또 유정하게 곳곳의 명당을 아쉬운 듯 돌아보며 흐르고 있다.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수구처가 잘 닫혀 있어 물길이 정중동으로 진행하며 퇴적사를 만들었으니, 산천을 흐르는 생기를 오래도록 붙잡아 둘 수 있음이며 부(富)에도 유리함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옛날부터 서울 경기지역을 포함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이 낙동강 유역에서 유독 인물을 많이 배출하는 연유를 위와 같은 풍수지리적인 배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강의 하류 일대를 제외하고는 평야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변변한 논과 밭도 별로 없는 고장임에도 생동감 있고 부족함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산천에 있다는 말이다.

   
▲ 낙동강 ⓒJans Hassler, Wikipedia

4대 강 사업의 풍수적인 고려
 

전편에서 정부 측 발표사항으로 열거한 4대 강 유역 공사항목 중에서, 일정 지점에 보(洑) 설치와 물의 저장, 그 결과로 강 유역 일정 부분의 수몰, 토목공사를 통한 강변의 정비로 말미암은 지형변화 그리고 강바닥의 준설작업 등을 풍수적인 고려사항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물길을 거스르는 산자락(下水砂)이나 화표(華表), 한문(捍門), 북신(北辰) 등 물가의 바위, 그리고 낮은 섬(羅星)과 같이 유속을 느리게 하는 지형지물을 풍수지리에서는 아주 좋은 지형지물로 판단한다. 이들이 생기를 끌어들이거나 붙잡아 두기도 하며 오래 머물게도 하여 자리를 명당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예로 보아 치수 사업으로서의 토목 공사는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의 물가를 직선형의 수변(水邊)으로 변모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앞서 말한 물가의 바위나 섬 그리고 모래톱 등의 길사(吉砂)를 파괴하여 자취를 감추게 하는데, 그 결과로 그 일대는 물의 유속이 빨라지고 생기가 머물지 못하는 흉지(凶地)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보(洑)나 둑을 만들어 치수하는 방법은 물을 풍부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강변의 수몰과 동시에 산자락 일부도 잠기게 되니 산천을 흐르는 기맥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키니 풍수적인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추가로, 물의 저장 공간을 늘리거나 빠른 유입을 위한 강바닥의 준설작업은 수중의 지형 변화가 수반되는데, 멈춘 듯 도도히 흐르는 물을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하여 생기의 축장(蓄藏; 모아서 저장함)이 어렵거나 그 손실을 가져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정한 거리마다 건설하는 보(洑)는 4대 강과 같은 큰 물길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그에 수반되어 흐르는 기의 리듬을 깨뜨리게 된다. 흡사 교향곡의 연주 중간중간에 보사노바 리듬이 끼어들어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과 같다. 산천의 총체적 리듬의 조화가 불협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정책
 
골짜기나 기타 적당한 곳에 다수의 물 포켓(소형 저수지)을 설치하는 등 좀 더 자연 훼손이 덜한 방법을 연구해 봄이 좋을 듯싶다. 큰 강의 물길에 변형을 주게 되면 부작용이 커지고 그에 적응하려면 오랜 세월이 소요된다. 더구나,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문제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강을 이용하는 수송 체계는 내륙이 깊은 평야 지대의 국가에서 채택하였던 시스템이다. 삼면이 바다이며 내륙과 바다의 거리가 가까운 우리나라로서는 '인천-목포-부산-울산' 등과 같은 해상운송체계에 역점을 두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다도해의 섬 등 쓸모없이 방치된 섬들은 더없이 좋은 해상 관광자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지리 유산인 이 섬들을 서로 연결하여 관광자원화하고 국토 개발의 개념과 영역을 해상으로 확대하여 효율적인 이용을 하는 한편, 내륙은 지속적인 수질관리를 하고 자연 상태를 최대한 보호하는 열린 공간을 마련함이 오히려 자연 훼손을 피하는 합리적인 시책이 되리라 본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국부(國富)는 주로 4대 강과 그 유역을 중심으로 창출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기 흐름이 변화되고 그 리듬이 불협화되는 현상은 무엇보다도, 그 강 유역의 산천이 걸출한 인물들을 변함없이 배출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부정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을 길들이고 굴복시키려는 태도와 국토를 수단으로 삼는 성급한 이기주의는 우리가 지양해야 할 흉격(凶格) 자아들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정책만이 국토를 보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