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스위스의 체(體)와 용(用)

풍수명인 2010. 6. 20. 23:35
유럽의 주산(主山)인 알프스의 기슭에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대부분 가파른 산맥 아래에 마을과 도시가 형성된 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알프스 산의 북서쪽에 스위스가, 그리고 북동쪽에 오스트리아가 자리하고 있으며, 면적은 둘을 비교하여 스위스가 반절 정도로 좁다는 차이점이 있다.

스위스는 주로 게르만 민족으로 구성된 인구 약 750만 명으로 국토면적이 41,290㎢로 좁은 데다 산이 많고 농경지가 적으며, 지하자원도 빈약한 국가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56,700달러로 세계 상위수준이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업과 안정된 자국 통화에 기초한 국제금융업 및 외국 자본의 피난처로서의 은행업 그리고 고부가를 창출하는 정밀기계, 화학과 제약업이 주된 산업이 되고 있다.

'동쪽’이라는 뜻을 가진 오스트리아 역시 대부분 게르만계로 83,855㎢의 영토를 보유하였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영세중립국이며 산지가 대부분으로 초지와 경지를 합하여도 국토의 40%를 약간 넘는 정도이다. 주력 산업은 제철업, 금속가공업 그리고 관광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인당국민소득이 약 44,300달러이다. 


                     알프스의 준령들 ⓒWikipedia

 

두 나라 모두 풍수에서는 길지로 볼 수 없는 산지의 급경사의 지리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부자나라의 하나인 스위스로서는 귀(貴)와 부(富)의 발현이 모두 크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많은 인재와 뛰어난 예술(음악)가들을 배출하는 국가의 대명사이니 부(富)보다는 귀(貴)의 나타남이 우세하다. 두 나라의 지리조건을 비교 검토하고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측해 봄은 우리에게도 미래의 국토관리계획에 참고할 가치 있는 일이 되리라 본다.
 

산(體)과 물(用)
 

만물은 필연코 그 생(生)과 멸(滅)이 있게 되는데 만물 그 자체는 체(體)이고 생하고 멸하는 것은 용(用)이다. 이를 단어로 말하자면 정신과 물질, 바탕과 쓰임, 안과 밖, 주와 객, 근본과 응용 그리고 본체와 작용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전자가 體요 후자가 用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는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변화하는데, 그림은 붓으로 그리니 그 붓이 화가에게는 主임과 동시에 體가 되고, 전투에 참가한 군인에게는 무기가 主이고 體이다. 즉, 군인에게 붓이 體가 될 수 없으나, 그가 편지를 쓸 때는 體가 될 수도 있다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體를 올바르게 알아야 用을 응용할 수 있으니, 붓이나 무기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어야 그것을 용도에 맞게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된다. 

먼저 體를 키움이 기본이요 그다음이 用이지만, 때로는 用을 體로 착각하고 用을 키움에 주력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用의 작용이 體를 통하여 이루어짐을 느끼게 되니, 그 선후가 바뀌기도 한다. 음양(體)이 발전하면 오행(用)이 되나 오행에는 또다시 작은 음양인 體가 존재한다. 그러니 둘을 분리할 수 없다. 다만, 용을 체로 오인하여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므로 둘을 엄격하게 구별할 필요는 있다. 

산이 있다 할 때 산 그 자체는 體가 되고 그 산을 존재하고 작용하게 하는 것은 用이다. 물이 계곡을 흐르며 산을 그 자리에 있게 하니 用이라는 의미이다. 또 물을 일정한 양과 모양으로 흐르거나 고이게 하는 주체가 산이요 體이다. 그러므로 풍수에서의 산은 사람에 대한 개성과 적성, 현명함과 우둔함 그리고 지위(신분)의 귀하고 천함을, 그리고 사람 간의 위계질서와 호감 또는 비호감 등 정적인 상태를 주로 표현한다. 즉, 사람이 평생 지니는 정체성(正體性)을 짐작게 한다. 
 

한편, 물은 산(體)의 생김새대로 휘돌아 흐르기도 하고 고여 있기도 하니 풍수에서는 동적이고 변화하는 성질로 파악하여 재물로 본다. 돈이나 재산이 없어지기도 하며 생기기도 하는 이치이다. 그러하니 用으로서의 물은 體인 산보다 사람의 길흉화복에 앞서서 빠르게 작용한다. 
 

스위스의 부(富)
 

풀밭의 소도 미끄러져 낙상할 정도의 가파른 산비탈에서 생활하며 어떻게 세계 상위권의 부를 가진 나라를 이루었는지를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지리조건은 앞서 말한 體와 用을 모두 갖춘 나라이다. 흔히 ‘스위스’하면 풍광 좋은 알프스 산의 준령과 경사지의 초지를 떠올리지만, 1,450개나 되는 크고 작은 호수로 이루어진 호수국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알프스와 호수

스위스 최고의 관광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은 영어로는 Inter Lake, 즉 호수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로서 호수변에는 어김없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국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3000m 이상급 알프스산 정상부에 쌓인 만년설의 무게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골짜기 아래로 이동을 시작하는 빙하가 되고, 경사가 완만한 곳에 멈추어 움푹 팬 지형(Kar; 圏谷)을 만드는데 이곳에 빙하가 녹은 물이 담겨 빙하호를 형성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수가 전 국토의 30%에 달하니 엄청난 用을 지닌 나라이다.

한편, 페스탈로치와 루소를 길러 낸 알프스의 영봉 가운데, 융프라우와 마터호른 문필봉 같은 고산 영봉들은 나라 안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體이니 그 영향력이 넓은 범위에 이른다. 따라서 29명의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인구 1인당 비율은 타 국가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 중 다수가 기초과학분야를 연구하는 과학두뇌들이다. 정부와 민간의 풍부한 자금으로 연구개발을 전폭 지원하니 특허보유율도 세계 상위권이다.
 
알프스의 봉들은 붓끝처럼 뾰쪽한 삼각형태로 ‘문필봉(文筆峰)’이니 또한, 글 잘하는 선비 像이고 體이다. 풍수적으로 이 體만으로는 머리 좋은 선비가 고고한 자세로 그저 서 있는 모습 그 자체일 뿐이지만, 이 나라의 풍부한 用은 이 거대한 선비들을 깨우고 재능을 발휘하게 한다. 물(用)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니, 여기에서는 ‘흐르는’ 동적인 물을 말한다. 

흐르다 호수에 이르러 합류하면 고여 있는 정적인 물이 되고, 그 자체가 재물이니 국토의 곳곳이 거대한 금고가 된다. 빙하가 경로를 따라 흐르면서 계곡의 석회 성분을 다량 함유하게 되었으니 이 물은 마실 수 없고 물고기도 살지 못하여 실생활에서는 쓸모가 적은 자원이지만, 기의 세계에서는 대단히 귀한 보물이 되고 있다. 


                     마터호른 ⓒWikipedia

몇 년 전 박사를 유독 집중적으로 많이 배출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마을 일대의 풍수지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1968년부터 2005년까지 110명의 박사를 배출하여 ‘박사마을’이라 부르고 있다. 유사 이래로 단 한 명의 박사도 배출하지 못하여 왔던 극히 빈곤한 시골 마을에서,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학위 취득자가 나타나더니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한 기록을 확인하였다.

이어서, 1965년 마을 앞 춘천댐이 완공되어 담수량이 많아지기 시작한 때와 박사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기가 맞아떨어짐을 밝혀낸 성과가 있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이치가 적용되니, 마을의 학생으로서 잠자는 體를 풍부해진 댐의 用이 일깨우고 자극하는 효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體와 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훌륭한 동업자이다. (계속)

 

'풍수이야기(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체 발광(發光) 1  (0) 2010.07.31
오스트리아의 체(體)와 용(用)  (0) 2010.06.25
자연미인 부석사  (0) 2010.05.24
구름 속에 사는 새의 지혜  (0) 2010.05.01
경복궁의 뒷모습  (0) 201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