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생기(生氣)

풍수명인 2016. 11. 20. 12:45

풍수의 핵심 개념인 생기는 “만물을 생하는 기운”이다. 생기는 땅속을 일정하게 흐르며 상실되기도

하지만, 땅속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그 기운을 불려 나아가기도 한다. 생기를 상실시키는 요인은

바람과 물 그리고 지형의 손상 등이다. 반대로 흙의 양이 많을수록 다량의 생기가 합해진다.

땅속의 생기의 유무, 대소, 강약 및 청탁을 살피는 풍수적 방법으로 간룡법(看龍法)-산세의 성상

(性狀)으로 형세와 혈의 길흉을 살피는 방법-과 득수법(得水法)-실체적 물(강, 하천 등)과 관념적 물(평지, 들판,

도로 등)에 관한 풍수적 판단법-이 있으며, 장풍법(藏風法)-형세론적으로는 산의 미추(美醜), 원근, 고저, 유무정의

여부를 판단하고, 이기론적으로는 사격방위론(砂格方位論), 좌향론(坐向論) 등 방위에 의한 법칙론-과 정혈법(定穴法)-

풍수지리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는 법칙-이 있다.

 

체(體)와 용(用)

풍수지리에서는 땅이 굴곡 하여 만들어진 산맥이나 구릉을 그 모양과 역할로 보아 ‘용’이라 한다.

용(산맥)을 보고 땅속에서 흐르는 정기의 양과 질, 내용을 추측하고 진룡(眞龍)을 선택하여

용두(龍頭)의 명당을 찾는 간룡(看龍)을 한다. 그러므로 정기의 전달 통로인 용(龍)을 체(體)로 하고,

흐르는 기맥을 용(用)으로 하여 그 형체를 보아 길흉을 판단하고 혈처를 찾게 된다.

비유하자면, 어떤 작용이나 정보를 운반하고 축적하는 수단인 ‘미디어’는 체(體)로서의 임무 수행을

하고, 체를 매개로 전달되는 ‘콘텐츠’가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미디어(體)가 주이고

콘텐츠(用)가 종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지 미디어는 그 다음이다.

 

따라서 상지법((相地法)으로 체(體: 가시적, 외형적, 정적인 음)인 산맥을 보고 용(用: 불가시적, 내면적,

동적인 양)인 기맥을 판단한다. 산맥의 성상으로 기맥인 콘텐츠를 미루어 판단하다 보니, 높고 험한

준령을 좋은 용(龍)으로 평가하는 실수를 흔히 범하기도 한다. 기맥이 많이 흐르는 용은 낮지만

둔중하여 많은 양의 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콘텐츠로서의 기맥은 들판의 풍부한 흙에서 만들어지는 생기를 쉼 없이 흡수하면서 통과하니,

고지대의 험한 준령보다 평지의 체(體) 안에서의 용(用)은 더욱 풍부하고 강한 생기맥을 형성한다.

 

 

구정리 느티나무

최근 개통한 대구와 광주 간 고속도로 구간 중 합천군 야로면 부근을 지나다 보면 멀리서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구정리 역산마을 앞에서 거대한 수세를 자랑하며 들판에 우뚝한 노거수

(老巨樹) 느티나무이다. 2015년 보호수로 지정하였고, 그 높이는 25m로 8층 높이에 달하며

흉고직경은 2.48m이다. 수관(樹冠)직경이 16m 정도이고 수령(樹齡) 500년임을 고려하면, 겉으로

나타나는 생육조건만으로는 기운차게 장수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대개 나무들은 숲을 이루어 태풍에 대처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향기 신호를 흩날려 병충해에도

상호 협력 대처한다. 또한, 개화와 열매 생산에도 전체가 보조를 맞추는 등 자신들의 생육 환경을

군락을 이루어 개선해 나아감이 일반적이나, 들판에 외로이 서 있는 외톨이 나무의 삶은 고달프고

늘 위험이 따를 뿐이다.

이런 연유로 구정리 노거수를 향하여 강한 풍수적인 궁금증과 함께 다가갔다.

 

(네이버 지도) 빨간 원이 느티나무 위치

 

혈과 느티나무

지세를 살피니, 소조산인 자경산에서 역산동 마을 뒷산을 거친 생기맥이 천전도수(穿田渡水)-들판을

관통하고 물을 건너감-하여 혈을 맺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괴혈(怪穴)인 평지혈(平地穴)이다.

원래는 주위에 산이나 지형이 잘 감싸주어 기의 흩어짐을 막아야 결혈하는데, 산골짜기의 살바람과는

다르게 들판에서는 근처의 산자락이 없어도 폭넓고 고르게 바람이 불어오니 혈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나무는 수관 폭과도 같은 범위인 직경 16m정도의 광혈(廣穴)의 정확한 혈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그곳을 환포하여 흐르는 가야천이 실어다주는 수기를 흠뻑 흡수하고 있었다.

즉 구정리의 느티나무 옹(翁)께서는 복권 당첨보다도 더 희박한 확률로 혈처를 차지한 행운을

거머쥐고 노령에도 왕성한 생육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고목도 생사를 넘나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수십 년 전 홍수로 가야천이 범람하여 이 노거수 주변을 휩쓸고 지나간 후, 떠밀려온 돌들을 나무

주변에 쌓아 놓은 바람에 나무뿌리가 깊이 묻히어 시름시름 죽어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 죽어가는 

나무를 실어내려 하자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여 반출하지 못하였는데, 그 뒤로 서서히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왕성하게 생육하기 시작하였다 한다.

“명당은 스스로 지킨다”는 풍수 속담이 있다. 그 신령함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명당의

 혈 기운이 나무가 다시 살아남을 도왔을 것이다.

 

이렇듯 땅 위의 햇볕, 공기, 물 등 우리가 느끼는 생활 환경 외에, 지하에서 만물의 생육에 지대하게

영향을 주는 보이지 않는 기운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아쉬운 대목이다. 땅은 만물, 특히 사람을

길러내지만, 그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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