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현풍의 순역(順逆)과 정기(精氣)

풍수명인 2016. 11. 28. 11:05

세사(世事)의 흐름대로 순응하며 사는 생은 무난한 삶이요 성공하는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 무난한 삶은 무릇 법도와 예절, 상식과 보편적 감각을 바탕으로 모나지 않은 유연한 적응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하며 스릴이 없다.

반대로 반항아, 역모, 하극상, 패륜아... 이런 의미들이 바람직한 이미지로 통용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풍수지리 분야이다. 풍수지리는 역(逆)을 연구하는 학문이니 힘이 있으며 튀는 기질이 있고 역동적이다.

 

그리고 전해지는 말로 “마을 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라고 한다. 풍수의 기본 원칙이 배산임수이니, 반드시 산을 배경하여 그 기운을 받아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경상북도의 현풍면에서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순과 역 그리고 산 정기의 유무로 차별되는 풍수적인 이야기가 있다.

 

현풍의 지리

명산인 비슬산의 북쪽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오다가 남쪽으로 높이 228m 현풍의 주산인 봉산(鳳山)이 있으며, 봉산 기슭에 7개의 나지막한 산봉우리가 형성되어 그 밑에 마을이 집단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산은 원래 봉의 형국을 하고 있다 하여 봉산이라 불려 왔는데 일본강점기 때 봉이 날아가 버려 이제는 명산이 못 된다는 의미로 봉 자앞에 날 비 자를 붙여 산 이름으로 쓰고 있다.(현풍면 홈페이지)

또한, 비슬산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을 향해 서쪽으로 흐르는 구천(龜川: 현풍천)을 경계로, 상리, 부리, 성하리를 구천 북쪽에 있다 하여 천북(川北)이라 하며, 중리, 하리, 원교리는 구천 남쪽에 있다 하여 천남(川南)이라 부른다.

또한, 천북에 속하는 북부와 남서부는 해발고도 100∼200m의 구릉성 산지로 구성되었으며, 천남은 대부분 평야 지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남쪽에 해발 408m 대니산이 솟아 있으나 천남 지역과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있다.

 

물길은 비슬산 기슭에서 흘러오는 구천이 현풍면의 중앙을 가로질러 낙동강과 만나고, 남쪽에서는 창녕의 천왕산에서 발원한 차천이 흘러 낙동강과 합수한다. 즉 낙동강, 구천, 차천이 삼합수하는 길지이다.

 

달성 군민들은 달성군을 '대구의 뿌리'라 하고, 현풍 사람들은 현풍을 '달성군의 뿌리'가 된다고 말한다. 현풍은 조선 시대까지 독립된 현(縣)으로 현감이 파견된 고을이었다. 지금까지 현풍 사람들은 이를 대단한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현풍의 사전적 의미로는 '깊고 그윽한 풍취'를 뜻한다. 현(玄)이란 검다는 원뜻을 지닌 글자다. 미묘하다든가, 깊다든가, 현묘하다는 등의 뜻이 있다. 사신(四神)의 수호신 가운데 현무(玄武)는 북쪽을 지키는 신이다. 북은 음양오행에서 물(水)에 해당한다.

결국, 지명이 가진 뜻을 도참식으로 해석한다면 현풍(玄風)은 북쪽에서 물기운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의 천남 동부에는 대구 테크노폴리스가 조성되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마른 대지를 축인다. 물을 담아내지 못하는 땅은 아무런 생명도 살지 못하는 불모지인 즉슨 사막이 된다.(매일신문 151020)

 

현풍(네이버 지도)

 

천북과 천남(네이버 지도)

 

천북(川北)과 천남(川南)

현풍을 천북과 천남 두 그룹으로 나눠 학교에서 매년 운동회를 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천남 팀이 경기에서 다 이겨갈 끝 무렵에 천북 팀에게 역전패하기를 매번 반복한다고 한다.

 

그 연유로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여, 천북 사람들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구천의 물을 서에서 동으로 거스르며 퍼 올리고, 반대로 천남 사람들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물을 순방향으로 퍼 올리는 습관 차이로 말미암은 결과라고 한다.

따라서 천북 사람들은 수기(水氣)를 모아 담지만, 천남 사람들은 기운을 밀어내는 취수 동작을 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므로 응당 경기에서도 그 영향이 미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최수복 향토사학자)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현풍의 주산인 봉산 기슭에 천북의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산의 생기를 받고 있으나, 평야 지대인 천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논두렁 정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세이니 대항전에서 매번 밀리는 원인이 되는듯하다.

최근 조성된 천남 동부의 테크노 폴리스를 제외하더라도, 천남의 영역이 천북보다 넓고 인구 수도 많아 보이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천북의 수기와 산세를 당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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