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춘천의 풍수지리 2

풍수명인 2016. 8. 12. 14:57

신사우동 을미 마을

이쯤에서 다시 춘천의 북부로 시선을 옮겨 소양강 건너 신사우동 을미 마을의 풍수지리를 해석해본다. 을미 마을은 여우고개, 시루고개 등 산을 등지고 앞에는 너른 들판이 있으며 그 끝에 소양강과 북한강이 합수하는 국세이다.

같은 합수 지점이지만 앞에서 기술한 상중도, 서면사무소 일대, 근화동 북부 일대의 지형은 수기를 맞이하는 위치이나, 반대로 을미 마을에서는 수기를 빼앗기는 위치이다. 즉 물이 흘러나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풍수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 옛날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강의 수량이 적어 물이 급히 흘러나가고 기의 유실도 더욱 심했던 시기였으니, 마을이 극도의 풍수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신사우동 방풍림(네이버 지도)

 

이런 연유로 약 200년 전 마을 어른들은 지혜를 모아 권렴수(捲簾水)-물과 기가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서서히 빠져나가는 지형-인 들판과 두 강의 합수처가 보이지 않게 마을 앞에 띠 모양의 솔숲을 조성하였다. 지금은 많이 훼손되었지만, 겨울철에는 매서운 북서풍과 강바람을 차단하는 방풍림의 성격을 겸한 비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의 풍수 유적에 얽힌 선인들의 지혜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좋으리라. 마을 차원에서 현재 원형이 많이 파손된 솔숲의 복구에 힘써 좀 더 잘사는 부촌을 지향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봉의산

춘천의 봉의산(鳳儀山)은 봉(鳳)이 나래를 펼치고 예를 갖춘 모습으로 북쪽에서 시가지를 포근히 감싸 안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봉의 먹이인 대나무 열매를 얻기 위하여 산 아래 동네 이름을 죽림동(竹林洞)이라고 하였다 한다

 

봉의산 주변(네이버 지도)

 

봉의산을 봉황의 모습으로 보고 그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하여 대나무밭을 뜻하는 동네 이름을 명명함을 ‘갈형(喝形)’이라 한다. 사람들이 어떤 명칭을 빈번히 부르고 머릿속에서 연상하게 되면, 그런 현상이 실제로 이루는 기의 작용-아직 과학의 수준이 기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증명해내기가 어렵지만-이 있게 되는데,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풍수지리의 이치이다. 말과 생각으로 생겨난 기운이 생생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강원도청 및 한림대학교 일대가 대표적으로 봉의산의 품에 포근히 안겨있는 모습이고, 봉의산 뒤로 소양강이 공배수(拱背水)-물이 혈 뒤를 둘러싸고 흐름-로서 흐르고 있다. 옛 고전에서 “공배수는 발복이 평탄하게 오래간다.”라고 하였던바, 산의 기운과 어울려 부귀(富貴)가 오래간다고 한다.

원래의 공배수는 의암호 쪽에서 흘러와 봉의산 뒤로 빠지는 흐름이 이상적이나 소양강과 의암호의 유속이 거의 멈춰있는 상태로 보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단기간의 성장 발전보다는 내실 있는 꾸준한 성장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이래저래 소양강은 춘천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후평산업단지 일대

한마디로 평하자면, 후평산업단지는 그 입지에서 실패한 도시계획이다. 첫째는 봉의산의 왼팔 밖 멀찌감치에 위치하여 산의 기운과는 전혀 무관한 한대(寒帶)에서 고생하는 모습이다. 또한, 소양강이 휘감아 도는 요대수(腰帶水) 반대편에 공단을 조성하여 부(富)에 대한 배려를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기운을 지속해서 빼앗기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르게 보면, 북에서 남으로 직선으로 흐르는 소양강의 강한 수살(水殺)이 정면으로 밀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소양강의 직수(네이버 지도)

 

다른 도시의 예를 들자면, 이와 같은 지역에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공원, 체육시설, 공연장 등을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활동 용도나 학교, 주거용으로의 사용을 배제한다. 즉 도시 설계단계에서부터 풍수적인 요인을 고려하여 땅의 용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후평산업단지는 산이 등 돌리고 물길이 후려치고 나가는 작용으로 흉지이지만, 그나마 강에서 거리를 두어 수살(水殺)이 다소 완충되는 지점에 자리하였으니 일단 극심한 어려움은 피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후평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나 할까.

 

강원대학교병원

풍수 수강생 중 한 분이 연고가 있어 강원대학교병원의 풍수지리 점검을 희망하여 살필 기회가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지방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으로서 시민들의 신뢰를 기대만큼 받지 못하고 갈수록 재정이 어려워진다는 사정이 있다고 한다.

 

병원은 풍수지리의 원리 중 하나인 산수동거(山水同去)-산과 물이 같은 방향으로 흐름-에 해당하는 흉한 설계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산수동거의 의미를 좁게 적용하면 산과 물의 형세에만 적용해야 할 것이나, 실제로는 땅과 건물의 풍수적인 판단을 할 경우,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금기사항이다. 즉 천작이든 인작이든 산수동거하는 형세를 갖춤을 피하라는 뜻이다.

 

이 병원 입구가 보이는 지점에서 보니 출입문의 위치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룡산 자락이 끝나는 춘천의 동부 지역에 있는데, 동남쪽이 높고 서북쪽이 낮은 지세 위에 병원 건물을 건립하였다. 이런 지세에서는 동남쪽에 출입문을 두고 서북쪽을 애써 막아야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아도 개선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의 자루형의 대지 모양인데 현재는 자루 밑창을 출입문 삼아 뚫어 애써 받는 기를 모두 흘려보내고 있었다. 쉽지 않지만 당장에라도 출입문을 동남쪽의 적당한 위치로 바꾸어 새는 기를 모을 수 있게 하면 되겠지만, 사람들의 고정관념, 무지, 변화를 싫어하는 타성 등의 영향으로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무기력한 상념에 잠겨있었다.

 

공지천 합수처

춘천의 남부 시가지를 관통하는 공지천은 의암호를 서북 방향으로 거스르며 합류한다. 맨 처음 춘천의 풍수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이곳 합수처의 도시 설계에 강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이 지역에서의 풍수적인 하이라이트는 MBC 춘천문화방송국의 터와 건물이다.

일대에서 가장 요긴한 위치에 있는 MBC방송국은 풍수에서의 가장 기본인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앞에 물길을 면함-법칙에 반하여 건축하였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남향에 맞춰 터를 닦고 건물을 세웠을 것이다. 그 결과 강물로 넘어질 듯 허전함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또한, 물을 등지니 의암호와 공지천이 합수하며 실어나르는 생기를 받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있다.

풍수의 기본 원칙으로 먼저 배산임수에 맞게 하고 그다음으로 향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고창의 인촌 김성수 생가, 영암 최부잣집, 아산의 맹사성 생가 등 우리나라의 유명 생가 중 배산임수에 맞춘 북향집의 예가 적지 않다.

이런 형세를 사람의 자세에 비유하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앞의 높은 장애물을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이로 말미암아 항상 위압적인 상대 앞에서 배경이 없어 불안해하며 항상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간에는 생기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불어 올라오며, 밤에는 반대로 산에서 낮은 곳으로 음습한 기가 하강한다. 따라서 그곳의 방송국은 좋은 생기를 등 돌려 흘려보내고 밤에는 좋지 낳은 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결과이니, 그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공지천 합수처(네이버 지도)

 

그 밖에 지역에는 공원, 축구장 등 운동시설, 하수 배수지, 공연장, 기념관 등 공공시설-비경제활동 시설 및 비주거용 건물-이 눈에 띄는데, 참으로 아쉬운 땅 활용 사례이리라 본다.

앞에서의 후평산업단지 및 그 일대 학교 등 시설을 이곳 합수처에 배치하고, 이 지역의 공공시설들을 후평산업단지 일대에 배치하였더라면 흠잡을 데 없는 도시계획이었으리라는 생각이다.

현재 꽤 넓은 면적의 하수 배수지 위치는 풍수적으로 상당한 길지이다. 이곳에 아파트 등 주거용도 또는 기타 경제활동시설을 남향 또는 동남향으로 배치한다면, 공지천을 따라 북서쪽으로 흘러오는 생기와 합수의 기를 충만하게 받는 길지로 변모하리라 확신한다.

 

천작(天作)에 인작(人作)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기술도 풍수지리의 한 분야이다.

 

대룡산 권역

대룡산은 춘천의 동쪽에 있으며 시 외곽을 북에서 남으로 크게 환포하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해발 899m로 길게 봉우리들이 연결되며 강한 음기를 발산하는 반면, 수기(水氣)가 없어 심한 갈증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춘천으로서는 아직 본격적인 개발을 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곳곳에 저수지를 조성하여 수기를 모은다면 어느 정도 필요한 기를 보충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개발이 이루어질 땅으로 보인다.

과일이 가지 사이마다 주렁주렁 열리듯, 산줄기 사이사이에 결혈지들이 보이는 좋은 땅으로 아직 때가 이르지 못했음을 말하는듯하다. 

 

대룡산 권역(네이버 지도)

 

춘천시가 봉의산을 등지며 의지하기에는 그 산세가 미약함을 알아챈다면, 그 개선책으로 배산임수의 대원칙을 충족하는 대지가 바로 대룡산이다.

중중한 대룡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외당수(外堂水)로서의 의암호가 있으니 대단한 길지이지 아니한가. 아마도 그리된다면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기준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데, 대룡산의 향인 서향을 기피하고 남향만을 고집하는 기준에서 스스로가 자유롭게 되어야 하리라 본다. 향보다는 자연과 지세를 따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룡산이 춘천을 품에 안은 모습을 상상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 할까. 풍수지리는 사람의 고질적인 사고를 융통성 있게 깨우쳐주는 기술이다.

 

산 정상에 올라보니 대룡산이 두 팔 벌려 안고 있는 끝에 파구처가 보인다. 거기 많은 기가 모이는 곳, 즉 대룡산 권역에서 제일 좋은 양택지를 필자가 가리키니, 그곳에 교도시설을 유치하였다고 한다. 당시 풍수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들께서 좋은 땅 좀 알려주시라는 부탁으로 추천한 곳이었는데,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음을 기억한다.

여기에서도 풍수를 도외시하는 도시계획의 맹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는 의미이며, 좀 더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대룡산 음부혈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관광객이 찾는 지형이 있다. 역사 기록에 있는 ‘여근곡(女根谷)’으로 추정하는 오묘한 계곡인데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묘사한듯한 형상의 음부혈이다.

 

이곳 대룡산에서도 정상에서 내려와 평지와 만나는 지점에서 마치 여성의 음부를 닮은 지형을 목격하였다. 음 중의 음으로 강한 음기뿐이니 양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세로, 적절한 장소를 골라 남근석-이 경우에는 형상으로서의 음양이 기준이다-을 세워 기의 균형을 맞추면 좋으리라는 상상을 하였다. 더구나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는 이곳에 인기(人氣)를 불러 모을 소재로도 안성맞춤이 되리라는 판단이다.

 

음부혈

 

이런 음부혈(陰部穴)의 특징을 대표적인 양래음수형(陽來陰受形)이라고 한다. 산은 음이요 물은 양이라 했으니, 높은 곳은 음기로 흐르고 낮은 곳은 양으로 흐르며, 또한, 양 중에 음이 있고 음 중에 양이 있는, 즉 음양이 교차하는 곳에 자리가 만들어지는 이치이다. 마치 남녀가 교접하여 출생이 이루어지는 것과도 같다.

 

삼악산

대룡산 정상에서 좀 떨어진 춘전시 서남쪽에 삼악산이 있다. 이 산은 용화봉, 청운봉, 등선봉 등 삼각형의 주봉으로 이루어졌는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수려한 산이다.

그 옛날 맥국의 전설로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이곳에 피신하여 성곽을 쌓았다고 하는데 그 성이 오늘날의 삼악산 고성이라고 한다.

 

만물은 제각각 나름의 기가 있으며 산세의 형상 역시 독특한 기를 발산하는데 이 산세의 형상을 물형(物形) 또는 갈형(喝形)이라고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그러한 기를 가진 인물의 출생을 예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비봉형(飛鳳形)이라 함은 날아오르는 봉황과도 같은 기운을 가진 인물의 출생을 예고한다.

 

물형론(物形論)으로 멀리서 본 삼악산의 모습은 붓꽂이에 여러 개의 붓이 꽂혀있는 형상이다. 소위 ‘필통사(筆通砂)’의 모습인데 혹자는 이를 불꽃 등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말하고 연상하는 기운은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기왕이면 필통사가 더 나으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이 지척에서 붓을 가득 꽂은 필통사를 부르며 연상하는 결과로 많은 문인이나 인재가 춘천에서 나올 것을 기대해볼 만하리라 본다.

 

삼악산(위) 안장산(아래)

 

안장산

대룡산 권역의 우백호 끝자락에서 파구처를 가로막고 있는 말안장 형상의 산이 안장산(鞍裝山)이다. 말안장의 모양이 그렇듯 두 봉우리의 형세와 규모가 비슷해야 하는데, 이 산을 향으로 하는 주변의 양택과 음택들이 과연 어느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였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산세이다.

 

이처럼 기세가 동등한 봉우리가 둘, 넷 등 짝수일 경우에는 대공법(對空法)으로 가운데 빈 허공을 보아야 후환이 없다는 이치이다. 만일 어느 한 봉우리를 치우쳐 보게 되면 나머지 봉우리로부터 오는 좋지 않은 기운으로 해를 입게 된다. 실제로 훌륭한 명당에 묘를 썻으나 이처럼 음택의 향을 잘못하여 그 자손들에게 흉사가 있는 예를 심심치 않게 보아 왔다.

이와는 달리 동등한 봉우리들이 셋, 다섯 등 홀수일 때에는 대중법(對中法)으로 가운데 봉우리를 향으로 하여야 한다.

 

모든 만물은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깨달음에서부터 풍수지리의 구도(求道)는 시작한다. 이 대전제를 무시하고서는 한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함을 알아야 하리라.

자연이 살아있다 함은 모두 선의(善意)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며, 때로는 시기와 심술도 부리는 생명체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사랑하는 춘천 사람들이여, 자연과 어우러져 늘 평안하시고 건승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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