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을 보는 시각론

산천을 보는 시각론 (4)

풍수명인 2012. 7. 13. 11:37

3. 이기론

 

가. 이기론의 원리

 

앞에서 살펴본 물형론이나 형기론은 산의 형세나 흐름을 눈으로 보아 해석하고 그 길흉을 예단하는 반면, 이기론은 패철(佩鐵, 나경이라고도 함)을 이용하여 산천을 파악하니 패철론(佩鐵論)이고 양기(陽氣: 바람, 물, 빛)의 순환 궤도와 양을 측정하되 특히 물이 들고 나가는 방향을 중요시하여 혈을 찾는 득수론(得水論)이며, 혈의 길흉 판단에 좌향을 우선시하니 좌향론(坐向論)이다,

 

또한, 물형론이나 형기론은 보는 눈에 따라 각자의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많아 모호하고 이론에 합치하지 않는 예외 현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반면, 이기론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논리체계를 가진 객관성이 높은 이론이라고 이기론자들은 주장한다. 어쨌든 형기론이 이분법적 접근 방법을 가졌다면, 이기론은 여러 방위 중 하나를 선택하므로 땅을 보는 범위가 더욱 좁아지는 대신 그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방법론이다.

 

또 다른 점으로, 이기론은 물형론이나 형기론의 경우처럼 혈을 정혈하는데 그치지 않고, 혈자리의 좌향을 선택하여 주변과 조화를 도모하면서 길한 기운은 북돋우고 흉한 기는 피하는 방법으로 혈처에 대한 비보 역할까지 고려하였다.

 

나. 이기론의 이론

 

중국의 당(唐)나라 때 방향을 중요시하는 이기론을 창안한 양균송에 이어서, 송(宋)나라의 호순신은 바람(風)과 물(水)의 흐름에 따라 지기를 12종류로 분류하여 땅의 길흉을 판별하는 12 포태법(胞胎法) 이론을 정립하였다. 그 후 청(淸)나라의 조정동은 88 향법을 고안하여 이기론을 체계화하였다.

 

88 향법은 혈을 향하여 부는 양기를 세분하고 그 순환 궤도와 양(세기)을 측정한 후, 그중에서 가장 유리한 양기가 유입되는 향을 선택하는 이론이다. 혈처 주위의 산들은 바람과 물 등의 양기 작용으로 그 형태와 고저가 형성되었으니 양기를 잘 파악하면 주위의 산천이 혈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는 동서사택 방위론이 있다. 8 등분한 양택 패철 각 방위와 대문, 안방, 주방 삼 요소를 길한 방위와 조화시켜 가장과 집안의 번성을 꾀하려는 이기론이다. 동사택 및 서사택 각각 4개 방위로 짜여 있는데, 각자의 집이나 사업장이 동사택 또는 서사택 둘 중 하나에만 합당하여도 100점 만점에 60점짜리 건축이라 평가한다.

 

 

                          양택패철

 

                          음택패철

 

 

다. 이기론의 한계

 

청오경(靑烏經)의 원문으로 ‘향정음양(向定陰陽) 절막괴려(切莫乖戾) 차이호리(差以毫釐) 무이천리(繆以千里)’-‘향은 음양의 이치에 맞게 정확하게 정해야 하는데, 터럭같이 미세한 오차가 길흉화복에 미치는 영향력에서는 천 리의 차이가 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내용이 강조하듯이 패철을 사용하여 맨눈으로 측량하는 이기론은 오차 없는 완벽함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며 한 치의 오차지만 그 길흉을 바꾸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생기가 땅속을 흐르는 경로(맥로)에 관한 이론으로 대다수 풍수사들이 알고 있는 분수척이론(分水脊理論: 빗물이 떨어져 좌우로 갈리는 산맥의 최상부 바로 밑으로 생기맥이 흐른다는 이론)의 영향으로 많은 산소 자리가 분수척 위에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기론에서도 이 이론에 근거하여 방위를 측정한다.

 

용척이론(龍脊理論)을 따르면, 맥로는 반드시 분수척 밑에 있지 않고 주변 여러 조건에 따라 일정 범위를 벗어나서 진행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은데, 분수척에서 양쪽 사면으로 10 ~ 30 미터 이내를 용척으로 보고 이 범위 어느 곳에나 기맥이 흐를 수 있음을 보아, 분수척을 기준으로 맥로의 진행 방향을 정하는 이기론은 그 부정확함을 드러낸 결과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지구 자기장의 변동으로 패철의 자북(磁北: 자침이 가리키는 북)과 땅의 진북(眞北: 북극성 방향)은 편각(偏角: 진북과 자북의 차이가 만드는 각)을 이루는데 우리나라의 현재 편각은 약 6도 정도이고 수백 년 간격으로 최대 30도까지 변하고 같은 시간대라도 장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정확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기론에서는 이 편각의 차이가 심각한 오류로 나타날 수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또한, 고위도 지방에서는 자침의 자력이 약해져서 방위나 위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렇듯 방위만을 중요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앞서 살펴본 형기론과 물형론의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할 때 비로소 이기론이 좀 더 바람직한 이론이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