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을 보는 시각론

산천을 보는 시각론 (3)

풍수명인 2012. 6. 27. 12:46

2. 형기론

 

가. 형기론의 원리

 

전편에서는 땅을 보고 자리를 찾는 방법의 하나인 물형론과 그 한계 및 문제점을 정리해 보았다. 또 하나의 방법인 형기론(形氣論)은 산천의 형세를 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물형론과 유사하나, 산천의 좋고 나쁜 풍수적 형세를 미리 정해 놓은 이론으로, 그 정형화된 범위를 벗어나는 땅은 고려하지 않는 배타적 특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땅을 보는 범위에 따라 명당의 범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형론에서 땅을 해석하는 방법은 ‘느낌과 기감응에 의한 인식체계(認識體系)’이기 때문에 모호한 면이 많은 한편, 형기론에서는 좋다. 아니면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축적된 경험논리체계(經驗論理體系)’에 기초한다.

 

형기론에는 산(맥)의 형세를 보는 간룡법((着龍法), 명당 주변의 지세를 논하는 장풍법(藏風法), 혈자리를 정하는 방법인 정혈법(定穴法), 그리고 물길에 따라 땅의 길흉을 판단하는 수법(水法)이 있다. 이와는 달리 용(龍), 혈(穴), 사(砂), 수(水)의 분야로 이론을 전개하기도 하며, 그 밖에 기감응에 의한 수맥과 지전류를 광의의 형기론에 포함하기도 한다.

 

나. 간룡법

 

간룡법은 산이 처음 출발한 조산에서 혈장 뒤까지를 용맥으로 보아 그 형세로 혈자리를 만들 정룡(正龍)을 찾으며 나머지 방룡(芳龍)은 정룡을 호종(護從) 하는가의 여부를 볼뿐 더는 고려치 않는 방법이다. 정룡은 산의 정기인 맥이 흐르니 결혈하고, 맥이 없는 용은 시체와 같은 사룡(死龍)으로 보는 것이다. 

 

                    산맥 절토공사 중인 현장. 중앙의 점선 부분 안에 절단된 생기맥이 노출되어 있다.

 

 

                 몇 달 후 절단된 생기맥을 보토하였으나 원상회복 효과는 없다.

 

다. 장풍법

 

정룡을 따라 흐른 맥이 멈추고 기가 축장되는 명당을 만드는 데는 바람을 가두는 주변 지형과 지세를 만나야 하는데, 이를 해석하는 이론을 장풍법(藏風法)이라 한다. 만물을 생하게 하는 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니 장풍이 되어야 그 흐름을 멈추고 혈을 만드는 전제 조건이 되니 장풍법은 땅을 보는 중요한 이론이다.

 

명당의 동서남북에 청룡(靑龍) · 백호(白虎) · 주작(朱雀) · 현무(玄武)의 산이 있어야 장풍이 된다는 조건인데, 여기에 더하여 땅의 형세가 음래양수(陰來陽受)로 음양의 조화를 이룬 곳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라. 정혈법

 

장풍법으로 검증한 장소에서 혈을 찾는 방법을 정혈법(定穴法)이라 한다. 조산으로부터 시작하는 생기맥이 주위 산의 호종을 받으며 흐르다가 장풍법의 이치에 맞는 장소를 만나 그 행보를 멈추고 결혈하는데 그 정확한 혈처를 찾음으로써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정혈법에서의 진혈은 그 모양새가 와(窩: 새 둥지 모양), 겸(鉗: 두 다리를 벌린 형상), 유(乳: 쳐진 젖과 같은 모양), 돌(突: 솥을 엎어 놓은 것 같은 형상) 중에서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또한, 부모산에서 혈산을 만들기 위해 낙맥하는 곳을 태(胎)라 하여 어미의 기운이 집중되는 양상이고, 낙맥 후 좁아지는 곳을 식(息)이라 하니 생명체의 회임에 해당하며, 좁아진 용이 다시 일어나 혈성의 현무정을 만드는데 이를 잉(孕)이라 하여 어미의 몸속 생명체가 형체를 갖춤에 비유한다. 그리고 현무정 아래의 혈장인 육(育)은 어미가 자식을 출산하여 양육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처럼 한 생명체의 잉태 및 출생과 성장을 상징하는 지형에 진혈처가 있다는 이론이다.

 

혈이 있는 혈장도 승금, 상수, 인목, 혈토 또는 입수(入首), 좌우선익(左右蟬翼), 전순(氈脣)이 둘러싸 혈을 보호하고 응집된 기맥의 손실을 막으며 외부로부터 바람과 물의 유입을 막아 주는 지형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마. 형기론의 한계

 

형기론이 혈처를 정밀하게 따지지 않는 마을의 입지 선정에는 크게 이바지하였지만, ‘산을 보는데 3년이요 혈을 찾는데 10년’이라는 구절이 전해 내려오고 있을 정도로 혈을 찾기는 지극히 어렵다. 형기론에 대한 최종 판단은 초능력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혈을 정확히 짚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렵게 정혈을 하였다 하여도 비혈(非穴) 또는 가혈(假穴)일 가능성이 있으니, 마치 ‘배가 부른 여자는 예외 없이 임산부이다.’라는 전제와 땅을 일정하게 정형화하여 파악하는 형기론은 같은 맥락의 모순을 가진다. 또한, 개간한 밭이나 형질변경한 땅과 같이 그 원형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그 음양의 조화를 식별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의령과 함안의 경계에 있는 솥바위 - 솥 모양 바위로 물밑에 세 개의 발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거부가 난다는 전설이 전래한다. 솥 바위 반경 20리 안에 삼성, 금성(LG, GS),

                 효성그룹의 창업주 생가가 있지만, 하류에 있는 생가는 솥바위가 모아주는 남강의

                         기운을 받지 못하니 풍수 이치상으로는 맞지 않는다.

  

명당 주변을 흐르는 물의 형세로 유불리를 판단하는 수법(水法) 또한 형기론의 한 분야이다. 생기는 물을 만나는 곳에 결혈하니 당연히 그곳에서 혈을 찾고 또 땅이 물을 가로막아 그 흐름을 머물게 하는 자리를 길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이 물을 만나는 곳이 모두 결혈처가 아니듯 수법 또한 다른 간산법(看山法)과 긴밀하게 합작하여야 할 미완성 이론일 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