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경춘선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강촌역에 다다른다. 그때는 남녀가 떼 지어 포터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모닥불을 에워싸고 놀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강촌유원지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장소였다.
지금 들으면 당시 군사정권 시절 억눌린 한을 표출하던 스잔한 노래들이었다. 그 시절이 가끔 아련하게도 한 서린 웅얼거림으로 손짓하며 다시 돌아오라고 유혹한다. 이제는 종심(從心)이 목전인데도, 갈수만 있으면 그 젊은 날로 돌아가 모든 것과 어우러져 섞이고 싶은 욕망이 내 속에서 아지랑이 되어 피어오르곤 한다.
'종심(從心)'이란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여도 어떤 규율이나 법도·제도·원리 등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행하든 일정한 법도가 있었다는 뜻이니, 바로 유교(儒敎)에서 말하는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이르는 높은 경지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니 종심이다.
과거 가난하게 젊은 시절을 보낸 후 지금은 나이 지긋한 춘천의 노인들이 이곳을 지나며 “저 건너편 쥐가 춘천의 재물을 훔치고 있었으니 춘천이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자조스러운 한탄을 한다.
그 후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국도를 차로 운행하며 바라보는 강촌역 일대 풍경은 젊은 날 낭만 서린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거대한 쥐가 흘러오는 북한강 물을 사정없이 흡입하는 모양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