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는 결국 팬데믹(전염병 세계 유행)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국가 간 이동과 경제교류는 거의 마비 상태다. 2020 올림픽을 연기시키고, 도처에서 외출과 이동 제한령이 떨어졌다. 모든 학교가 일제히 개학을 연기했으며, 회사는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전염병 공세에 전 세계가 대처하지 못하고 비틀대는 모습이다.
국내 한 언론사가 격리(Quarantine)와 경제(Economy)를 합성해 ‘큐코노미(Qconomy· 격리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큐코노미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사람 간 어울림과 대면(對面)함을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감소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관련 기업들부터 경영난을 겪게 된다. 최근 산업 분야는 서비스 업종이 대부분인데,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나 용역들이어서 경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코로나19가 국내외 경제에 공황 상태에 준하는 타격을 주고 있다. 어쩌면 1930년대 대공황을 능가하게 될 최악의 위기다. 코로나 사태가 의료적인 타격보다 경제적으로 파급되는 재앙 정도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심각할 것이다. 가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초대형 위기)이라 하겠다.
이런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한없이 취약함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선진국에서는 이런 접촉 차단이 잘 이해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유독 항공사와 여객운송 기업들이 사활을 선택해야 하는 가혹함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 유류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항공유 소비가 급감하고 있고, 세계 석유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모두 코로나 이슈로 둔화되면서 원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원유 대신 셰일가스 소비를 늘리고 있다.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태에서는 감산 협약으로도 유가의 반등은 쉽지 않다. 그리고 원유 수요 급감은 관련 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어쩌면 미국과 중국으로 대별되는 국제사회의 리더십도 장차 위태로울 것이다. 미국은 초반 확산세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어정쩡한 대응으로 국제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물론 며칠 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일자리 800만 개가 사라졌으며, 중국은 코로나 발병 초기에 상황을 축소·은폐하여 전 세계가 코로나를 효율적으로 진압할 기회를 놓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다른 면으로 보면, 동서양의 부침(浮沈) 현상도 뚜렷하다. 코로나는 중국에서 출발했지만, 막대한 타격을 입은 국가들은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이다. 유럽의 원대한 꿈인 EU(유럽연합)의 각 국은 코로나 앞에서 서로 국경을 차단하였으나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중국의 체제인 공산 독재 사회의 우위를 말함이 아니다. 다만 코로나 대처에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을 포함한 동양식 사회·경제 체제의 강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선진화의 상징인 서양이 전 세계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덧붙여 북반구와 남반구 소재 국가들의 위기 대응 체계도 각각 서양과 동양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고 하겠다. 후진국이 많은 남반구의 낙후된 사회 경제 여건이 바이러스 전염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생과 방역 등 의료 수준이 열악하고 경제와 복지 수준이 뒤떨어진 후진국에서 더 창궐할 것이란 예측을 뒤엎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소비하는 방식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기업이 워크아웃되고 기초체력이 강하고 혁신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리라 본다.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 대책은 국가 간의 차단을 강화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책은 국가별 각자도생이고 각 나라는 자국에 대한 이익과 이해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같은 쇼비니즘 (chauvinism)에 기름을 부을 것이고, 반세계화로의 진행을 더욱 촉진시키리라 예측한다.
좀 멀리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국의 특징으로 세계화를 통해 국가 간 장벽을 낮추고 세계를 실핏줄처럼 연결한 개방 경제, 자유로운 이동, 복지 제도를 잘 갖추어 부유하게 사는 나라를 더 이상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이어트한 체중으로 새로운 위기와 국면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민성, 자원 동원 및 질서유지 능력 등의 여하에 따라 선진국 순위를 매겨야 할 것이다. 즉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격차가 그것을 말해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인공지능, 5G, 빅데이터, 증강현실 등의 4차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고 그 기술이 빠르게 모든 기업, 공장, 가정에 보급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 등의 유통업이 각광을 받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 재택근무로 인한 비디오 콘퍼런스(비대면 서비스)의 활성화, 교육에서의 원격수업 확대로 저렴한 학비의 캠퍼스 없는 대학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다. 스마트 워크, 원격 의료, 무인자동차, 로봇 기술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편,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변동 없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은 한편으로 고용(해고)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다. 쓸모없는 캠퍼스, 사무실, 공장터 등은 건물 임대인에게, 더 나아가 건축업계와 부동산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다. 조직의 화상회의는 출장 감소로 항공, 운송 호텔업계의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을 강요하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교인(신도)들은 종교와 교파에 개의치 않고 온라인 강론을 시청하며 자유로이 그 차이를 비교하는 특권을 누리고, 노인들도 온라인 상품 주문에 친숙해질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음식과 찌개를 각자의 그릇에 덜어 먹는 문화가 자리할 것이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1347년 확산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 2,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살아남은 농노의 발언권을 높여줌으로써 봉건제의 붕괴를 초래했다. 농노들의 도시로의 이탈·이주 결과 상업이 발달했고 그 결과 근대 자본주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대유행으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약 2,500만~5,000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미국의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설비 투자를 급히 늘려 부족한 노동력을 벌충한 결과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이 글로벌 산업의 패권국이 됐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곳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위기 예방력,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 우선순위를 놓고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고도 항상 가깝게 있던 ‘평온한 일상’이 이리도 되돌리기 어렵게 다가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해도 다음 해에 다시 유행할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 일상은 더욱더 위축되고 제한받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최우선 대처 항목으로 ‘지구온난화’에 관한 내용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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