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착한 황사

풍수명인 2011. 12. 24. 16:21

자연의 생기는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가 서로 어울려 바람이 되고 상승하면 구름으로 변하며, 구름은 다시 비가 되어 땅속에서 흘러 만물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장경(葬經)은 기록하였다.

또한 생기는 땅속의 맥을 따라 흐르다 물을 만나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혈처를 만드는데, 이러한 역동하고 변화하는 지맥과 같은 음의 이치와 물과 같은 고요하고 정적인 양의 이치를 활용하여 홍익인간함이 협의의 풍수지리 목적이다. 좀더 넓은 의미로는 인간과 자연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공생하는 형태로 지리를 보고 땅을 선택하는 형태이다.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운에 의하여 성장한다고 한다면, 아버지와 같은 하늘의 기운과 어머니와 같은 포용과 희생을 베푸는 땅의 따스함의 섭리를 통하여, 풍수지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스스로 우리가 살아갈 땅을 고를 수 있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풍수에서의 기운은 앞에서의 ‘생기’와는 별도로 공중을 통하여 서로 교감하는 ‘응기(應氣)’가 있다. 이제까지는 묘 또는 집터와 주변 풍수 환경과의 공중을 통한 상호 교감작용을 응기로써 논하여 왔으며, 육안과 촉각 등 오감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움직임을 그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 넓은 의미의 응기는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무역풍, 계절풍, 편서풍 및 태풍과 국지적 규모의 높새바람, 산곡풍, 해륙풍 등의 바람을 포함하여야 한다.

 

 

 
겨울에 북동기류는 영동지방에 많은 눈을 내리게 하며,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는 영서지방에 강한 북서계절풍을 보낸다. 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유입되는 남서기류가 있어 많은 비를 뿌리는 장마전선을 형성하며, 초여름에는 오호츠크 해 고기압에서 동해안으로 부는 높새바람이 있다.

얼마 전 일본 대지진에 이어 원전사고가 있었던 후 ‘편서풍’이라는 말은 ‘말 바꾸기’와 ‘무사안일’을 연상케 하는 말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의 공포가 전 세계를 떨게 했을 때, 우리나라의 일부 전문가를 포함한 정부는 편서풍이 방사능 유입을 차단한다는 낙관론을 국민에게 펼쳤다. 기상청은 “편서풍의 역할로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직접 유입 가능성은 없다.”라고 하였고,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반도에 오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방사능 농도도 엷어져 걱정할 게 없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다른 나라의 관측기관에서는 우리나라에 방사성 낙진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 하였으며 그 여지가 현실이 되어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의 검출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편서풍 대신 ‘북동풍’ 또는 ‘남동풍’도 있을 수 있다는 번복 발표를 하고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 아니라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보수언론은 일부 좌파 세력들이 방사능 공포를 조장한다는 등 좌우 성향 세력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적벽대전에서 항상 부는 편서풍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동남풍으로 바뀌면서 제갈량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조조의 수군을 궤멸시키는 삼국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생물을 생육하게 하는 역할 비율은 하늘이 90%이고 땅이 10%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하늘의 기류는 인간의 길흉과 생활 전반에 더욱 광범위하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 바람과 물의 상호작용과 지리적 여건을 살펴 사람과의 조화를 꾀하고 추길피흉(取吉避凶)함이 풍수지리의 추구함이라면, 그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반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기류는 황사를 동반한 편서풍이다. 우리가 흔히 몇 시간 앞서 미리 날씨를 보는 방편으로 서쪽 하늘의 상태를 살피는 이치가 바로 편서풍 때문이다. 한편, 봄철에 나타나는 황사는 비염, 기관지염, 천식, 감기 등 호흡기 질환과 눈병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하며, 항공기나 반도체 등의 정밀기기의 고장을 일으킨다.

이 밖에도 폐해가 심하지만, 황사에는 마그네슘·규소·알루미늄·철·칼륨·칼슘 나트륨 같은 산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황사가 접지하여 땅과 어울리게 되면 생명력이 풍부한 갯벌의 생성에 기여하고, 장구한 세월에 걸쳐 쌓이며 황토층을 형성하는데 산화철을 함유한 황토는 생명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세포의 생리작용을 촉진하고 인체의 독성을 제거해주는 제독제나 해독제로써 효능이 있다.


황사는 고비 사막이나 타클라마칸 사막 같은 황량한 건조지대에서 기를 머금은 흙 입자로 출발하여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같은 곳의 물을 만나 안착하는데, 물이 기를 수반하고 흐르다 멈추어 길한 땅을 만드는 이치와 같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의 천일염은 나트륨이 적고 마그네슘 및 칼륨은 월등히 많아 세계 최상의 품질이고 갯벌 역시 그 성분이 우수하여 훌륭한 미용 재료이다.

편서풍 기류는 대륙 깊은 곳의 기운을 운반하여 백령도의 전복, 당진의 바지락, 서산의 어리굴젓, 고창의 복분자, 신안의 천일염, 목포의 세발낙지, 완도의 김 그리고 해남의 월동배추 같은 맛깔스러운 지역 특산물을 키워 낸다. 당연히 그 지방 사람들도 특색있게 성장시키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운을 쉼 없이 실어 나를 것이다.

만일 우리가 현상만을 본다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본질을 상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류나 대류는 지역 간 물질을 교류시키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성장시키고 그 길흉화복에도 간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짜증 나는 황사이지만 한편, 고마운 편서풍이고 착한 황사이기도 하다. 하늘 기운의 순환체계를 만드신 분께 감사드려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