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의 물은 재물과도 같으며 만물을 생하게 하는 기를 실어 나른다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땅의 길흉을 좌우한다. 풍수의 '수(水)'자만 보아도 수법(水法)이 대단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고여 있거나 완만하게 흐르는 물, 땅을 휘감아 흐르는 요대수(腰帶水), 자리로 흘러오는 창판수(倉板水), 구불구불 흐르는 구곡수(九曲水), 합류하는 물, 냄새 없는 맑은 물이 땅과 어우러져 좋은 자리를 만든다.
국토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은 국운과 민심의 길흉을 판단하는 대상이다. 물길 따라 국부(國富)와 민심(民心)이 같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술을 뜻하는 주(酒)의 한자는 '같은 병 속에 있는 물'을 마시며 의기투합한다는 의미가 있고, 마을을 의미하는 동(洞)은 '같은 물을 마신다.'라는 뜻으로, 물을 통하여 동류의식을 느끼고 상부상조하는 정서를 조성한다.
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용함이 풍수의 본질인데, 물질보다 기가 선행한다. 기가 모이는 현상은 뒤이어 재물이 쌓이고 사람의 마음을 모으게 하며, 반대로 기가 분리되고 흩어지면 머지않아 사람끼리 다투고 재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또한, 들어오는 물은 적은데 나가는 물이 더 많이 여러 방향으로 흘러나가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적자 살림으로 재물 손실이 있고 인심도 떠나게 된다.
先人 曰 "兩水兩破 骨肉相爭"(양수양파 골육상쟁)이라 하였다. 즉 두 물줄기가 합류하지 못하고 각각 따로 흐르면 한 울에서 서로 다툼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산맥이 물줄기를 감싸고 돌면 그 일대 기운을 파구처(물 빠지는 곳)에 모이게 하니 그곳을 번성하게 한다.
우리나라 강산의 풍수
우리나라의 한강은 백두대간과 한북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에 둘러싸여 남북에서 각각 남한강과 북한강이 발원하여 양수리에서 합류한다. 광대한 지역에서 흘러 모인 한강은 거대한 기를 끊임없이 실어나르며 파구처의 서울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한다. 이면에서 보아, 풍수적으로 퍼주기만 하는 강원도에 대한 정책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낙남정맥은 조밀하게 경상남북도를 둘러 쌓아 수도권과 강원지역 면적에 버금가는 광활한 기의 공급처를 작국하였다. 낙강과 동강이 합류한 낙동강은 최종 물 빠지는 지역에서 부와 인심이 부산이라는 대도시로 모이게 하는 임무를 변함없이 수행 중이다.
충청권의 초미의 관심사이던 행정도시는 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속리산에서 영취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그리고 금남정맥이 둘러 만든 금강의 파구처에 자리한다. 유일하게 북쪽 서울을 향하여 역류하는 물줄기와 산세로 말미암아 고려 태조가 훈요십조에서 "본주를 배역"한다 하여 차령 이남의 인재등용을 경계하기도 하였다. 한강이나 낙동강과 비교하면 지역 범위가 좁고 하류의 관쇄가 허술하여 기의 축장이 부실하다.
영산강은 주위에 이렇다 할 산맥이 없어 기가 가장 흩어지기 쉬운 지형이고, 백두대간 끝자락과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이 환포하여 작국한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은 그 하류의 하동, 광양 및 여수 일원, 남해에 기의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강줄기가 서로 등을 돌리고 제멋대로 달아나니, 삼국시대로부터 이어진 분단과 상쟁의 역사가 지속될 것 같은 상념을 애써 떨쳐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강물 따라 흐르는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지역감정과 이기주의를 일부 인간들이 이용하고 있으니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드리 헵번의 Moon River
이쯤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청순가련하면서도 기품있는 이미지의 '오드리 헵번'은 영화배우로서 대성하여 활동하다가 돌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변신하였다. 아프리카에서 난민 봉사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참여하다가 6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청초하였던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젊은 시절 출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속세에 젖어 사는 여주인공 연기를 하였지만, 창가에 걸터앉아 부르는 노래를 통하여, 흐르는 강처럼 머지않아 인간적인 면모로 회귀하자는 암시를 보내고 있었으리라.
다소곳하면서도 품격있는 헵번의 모습이 차라리 흩어진 산천의 흐름을 넘어서, 인심을 한줄기로 모으는 정서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우리의 마음이 흘러 모여 하나로 융화(融和)하는 장구한 강을 만들 때인 것 같다. 헵번의 유니세프 강에 합류하고 안 하고는 자유의사이다.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a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달빛 흐르는 광활한 강, 언젠가는 합류하리라
꿈꾸게 하는 강이여, 무정한 강이여
어디로 흘러가든지 당신을 따라 흐르리
세상 구경나선 두 표류자
세상 많은 것들과 만나리라
결국은 같은 무지개 끝자락을 향하네
그리운 동고동락 친구가 기다리는 곳으로
달빛 비추는 강 따라 흐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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