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족보 유감

풍수명인 2019. 6. 15. 21:52

족보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밝혀 놓은 책‘이라 한다.

즉 조상과 자손을 망라한 자료가 족보인데, 죽은 자와 산 자의 정보를 같은 지면에

적시(摘示)한다. 

그 자료 중에는 망인(亡人) 별로 음택 위치, 묘의 좌(坐), 매장 기록 등 묘택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조상으로 알고 수십년 동안 벌초 관리해오던 묘택의

존재가 과연 조상이 맞는지 여부를 알고 싶다고 의뢰하였다.

또한, 꽤 넓은 면적에 조상 묘가 산재해 있는데 그중 한 기의 조상 묘를 오래전

실전한 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였다.

 

현장에 도착한 후 위 실전하였다는 조상의 족보 기록을 검토하였다.

 

 

해석은,

子 O O의 자(字)는 ‘상보(相補)’요 정묘생이다. 묘는 선영의 좌측 언덕에 있으며

유(酉) 좌이다. 즉 유(酉) 좌 묘(卯) 향이다...(이하는 배우자 둘에 관한 합장 기록이다)

 

위 실묘한 조상(이하 '상보 선생')의 선친(先親=부친)은 배우자가 둘인데, 모친이 그 중 두 번째

부인이라 한다.

 

족보상에는 상보 선생의 선친 묘를 기준해서 좌측 언덕에 있어야 할 묘가 없고 우측에 잘

관리되고 있는 묘가 있어 그곳에 물어보니 ‘남녀 둘의 음택’이라고 한다.

의뢰인이 아마 ‘삼합봉(남+여 2)’일 것이라고 말한 후, 재차 물어보니 셋이 맞다고 답을 고친다.

 

묘택에서는 사실대로 답하는 경우가 많으나 때로는 자기들의 유불리를 따져 거짓으로 답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화장하여 이 묘를 없애겠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사실인즉 묘택 존재와는 같은 핏줄이 아닌 사람들이지만 수십 년 동안 정성으로 벌초 등 관리해준 혜택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대로 답하기 전에는 국물도 없고 어려움울 겪을 것이다”라고 다시 묻기 전에 겁박을

해본다. 그런 후 질문하니 ‘둘의 음택’이 맞다고 하며 의뢰인과는 성씨가 다르다고 한다.

의뢰인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음으로

오랫동안 관리가 안돼 봉분에 커다란 소나무가 자라고 낙엽과 기타 산림 쓰레기를 봉분 위에

모아 놓아 묘택인지 구분하기 조차 어려운 상태인 음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바로 실묘된 상보 선생의 모친(선친의 두번째 부인) 묘택의 좌측 언덕에 있는 음택이다. 의뢰인이 이곳은

빈 묘일 것으로 곧 폐묘 할 것이라고 한다.

 

필자가 “성이 O 씨로 본관이 OO이고, 정묘생 상보 선생이 맞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한 답변을 한다. 또한, 셋의 음택이라고 추가로 답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맺힌 한이 있었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일말의 서글픔도 느껴진다.

착잡함과 함께 의뢰인에게 확인시키니 종내는 자손 된 도리를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고개를 떨군다.

 

좌우 방향에 대하여 족보는 우리가 묘를 보고 인식하는 방향이 아닌 묘에서 기준한 방향으로

기록된다. 즉 우리가 묘의 좌측을 보면 묘의 기준은 우측이다. 묘에서 보아 우측이다. 따라서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다.

족보와 같이 풍수에서도 방향은 주관적이다. 처음에 풍수지리를 가르칠 때 무척 강조하는

내용이다.

 

또 한 가지, 위의 경우 실묘한 상보 선생의 모친은 선친의 두 번째 부인인데, ‘선영’을

해석할 때는 모친은 제외하고 선친만을 염두에 두어 엉뚱한 타성받이 묘를 극진히

관리하는 웃지 못할 사태를 초래하였다. 그 의뢰인에게도 지난날 여러 번 좌우의 이치를

알려주었다. 글쎄 풍수지리가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

 

풍수지리나 족보에서는 집이나 묘에서의 주인공이 바라보는 방향이 언제나 올바른 기준이다.

또한, 여자 조상도 엄연한 선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족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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