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하륜이 한양의 궁궐터로
주장하던 신촌의 안산은 Y대학교를
끌어안고 있는데, 구한말 학교 설립
당시의 교정(校庭) 설계가 독특하다.
영문 명칭에 따라 내부의 주 도로를
Y자 형태로 만들었는데, 그 이니셜이
여체(女體)의 일부를 상징하고 있다.
그것과 관련한 슬랭(slang)으로
“신사는 Y담을 좋아하고 숙녀는 X담을
사랑한다. “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남근석과 여근석에 대한 해석은
자식을 기원하는 기자(祈子)신앙 또는
남녀의 성기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자손번성에 대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Y대학교 경우에는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꾀하려 함이 엿보인다.
Y자 도로의 우측은 백호가 되는데
풍수에서의 백호는 여손(女孫)의 길흉을
예단하고 음(陰) 기운을 추단(推斷)한다.
길게 이어진 백호 측에 유독 남근석
느낌을 주는 여러 석탑을 세운 의도는
Y자 도로와 백호에서 발산하는 음기를
양기로 중화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으로
보인다.

여러 건물 중 정문 가까이 백호 측에
공학관이 있다. 그 공학관 앞에 세워진
남근석과 여근석이 수 미터 거리를 두고
세워져 있는 색다른 장면이 보인다.
두 표석에는 기증자가 ‘화학공학과 졸업생
일동‘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공학관을 드나들며, 보이지 않고
증명하기에도 난해한 ‘기(氣)’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오로지 증명된
사실만을 추구하는 ‘공학도’다운 탐구
자세와 남·녀근석은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보며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땅 속을 흐르는 음기와 양기는 그 탐사가
쉽지 않지만, 일단 땅의 기운을
감지해보기로 하였다. 그 결과 남근석이
있는 지면에는 음기 두 가닥이 X자
형태로 정확히 교차하고 있으며,
여근석의 중심부로 역시 양기 두 가닥이
X자 형태로 정확히 교차하고 있었다.


결국 남근석과 여근석을 아무 데나
편리한 곳에 세우지 않고, 음기와 양기의
흐름을 한치의 오차 없이 파악하고 그것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확한 교차 지점을
찾아낸 능력자가 누구였는지 아니면
공학도 중 한 사람이었을까? 또 한 번
의아스러움과 궁금함에 한동안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양기 교차점과 음기
교차점을 각각 정확히 탐지해낸 도인이
누구란 말인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풍수지리론을
모호하고 혹세무민한다 하여 백안시하는
반면, 이렇듯 기의 탐지와 조화에 대한
열정과 신념, 그것도 최고 학부의 마당에
세워진 학문의 유연함을 엿본 후의 소감은
날아갈듯한 희열감과 참신함이었다.
만물을 살리는 기(氣)의 속성은 추하거나
흉한 것, 약한 것은 철저히 외면하는 반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수려하고 강한
주변 상대와 대면하고 교감하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그리고 자기와는 반대되는
성을 찾아 어울리는 음양의 조화를 꾀한다.
당연히 명당인 주인공은 주변을 적대시하지
않고 선린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이곳의 한 가지 흠이라면, Y자 도로를 따라
권렴수(捲簾水)를 이루며 완만하게 직출하는
氣를 붙잡을 방도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나마 교문 밖 경의중앙선 둑이 어느 정도
설기(泄氣)를 줄여주고 있다.
원래 새 나가는 기를 가두면 돈이 쌓이는데
금전은 면학(勉學)을 방해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곳곳이 혈처이니 그 기운으로 그 땅의
주인공들이 모두 생기롭다.
그 옛날 한양 터 후보지의 주산인 안산이
유정하게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혜의
땅이요, 차후에도 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산모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지식과 학문을 폭넓게 대하는
그들의 유연함이 경외로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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