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프랑스의 농룡(壟龍)

풍수명인 2012. 2. 11. 00:43

흑룡의 해 

큰 인물이 난다는 임진년 흑룡의 해라고 하여 출산율이 상승할 태세이다. 올해가 흑룡의 해이니 12년 후인 갑진년은 청룡의 해, 24년 후인 병진년은 홍룡의 해, 36 년후인 무진년은 황룡의 해, 48년 후인 경진년은 백룡의 해이다. 

중 가장 강한 최고는 황룡이고, 흑룡은 황룡의 등 뒤에서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그 힘과 역(逆)의 기운이 강하다고 한다. 용이 하늘, 땅, 물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변화무쌍한 활동을 하니, 유독 흑룡의 해에는 몽골의 침입과 임진왜란 등 역사상 큰 사건이 많기도 하였다. 

특히 흑룡은 어둠을 상징하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이제까지 좋은 이미지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흑룡이 용 중의 용이라 하고, 임진년에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출현한다.’하여 상술에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절기상으로 임진년의 시작은 입춘인 2월 4일 19시 22분이며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추운 시기이다. 바야흐로 십이지 동물 중 인간의 길흉화복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는 용의 해가 막 시작되었다. 

풍수지리에서는 땅이 굴곡 하여 만들어진 산맥이나 구릉을 그 모양과 역할로 보아 ‘용’이라 한다. 용(산맥)을 보고 땅속에서 흐르는 정기의 양과 질, 내용을 추측하고 진룡(眞龍)을 선택하여 용두(龍頭)의 명당을 찾는 간룡(看龍)을 한다. 그러므로 정기의 전달 통로인 용(龍)을 체(體)로 하고, 흐르는 기맥을 용(用)으로 하여 그 형체를 보아 길흉을 판단하고 혈처를 찾게 된다.

 

비유하자면, 어떤 작용이나 정보를 운반하고 축적하는 수단인 ‘미디어’는 체(體)로서의 임무 수행을 하고, 체를 매개로 전달되는 ‘콘텐츠’가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근래에 삼성과 애플이 미디어의 한 분야인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한 소송전을 하는 결과, 미디어(體)가 주이고 콘텐츠(用)가 종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지 미디어는 그다음이다. 

마찬가지로 풍수지리에서는 상지법((相地法)으로 체(體)인 산맥을 보고 용(用)인 기맥을 판단한다. 산맥의 성상으로 기맥인 콘텐츠를 미루어 판단하다 보니, 높고 험한 준령을 좋은 용(龍)으로 평가하는 실수를 흔히 범하기도 한다. 기맥이 많이 흐르는 용은 낮지만 둔중하여 많은 양의 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들판의 농룡(體)

 

프랑스의 농룡(壟龍)


파리에서 남부 알프스 준령을 향하여 출발하다 보면, 시가지를 벗어난 교외에서부터 펼쳐지는 들판 경작지에서 무수한 ‘농룡’을 볼 수 있다. 들판의 구릉 또는 언덕을 뜻하는 농룡은 이곳에서 풍성하고 힘 있게 꿈틀대며 서로 휘감는 장관을 연출한다.

 

파리 시내 곳곳에 가득한 예술 작품과 건축물들, 프랑스의 국력과 자긍심, 사람들의 생기발랄한 낙천성 등 이 모든 것들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풀어 줄 해답이 파리 교외의 ‘농룡’이리라 본다. 용이 들판의 풍부한 흙에서 만들어지는 기를 흡수하면서 통과하니 콘텐츠로서의 기맥은 고지대의 험한 준령 같은 체(體)의 경우보다 더욱 풍부하고 강한 맥(用)을 형성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힘찬 기운을 받아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웠을 것이지만, 또한, 약소국의 문화재 약탈에도 열을 올렸던 과거가 있다. 자연이 이렇게 선악과 시비를 따지지 않고 인간에게 베풀고 있는 이유는 인간만이 의(義)를 갖추어 영(靈)하고 선(善)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농룡의 기운을 바르게 활용하여 지금의 유럽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주도자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

 

'풍수이야기(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가시오(送), 어서 오시오(迎)  (0) 2012.11.05
경주, 천 년 번영의 비밀  (0) 2012.03.03
교(巧)와 졸(拙)  (0) 2012.01.17
감찰공 묘역의 풍수  (0) 2012.01.09
착한 황사  (0) 201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