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잘 가시오(送), 어서 오시오(迎)

풍수명인 2012. 11. 5. 00:23

어렸을 적 부모 사이를 오가며 배우던 걸음마의 추억을 많은 사람이 간직하고 있으리라. 이때 아버지는 아이에게 넘어지지 말고 무사히 걸어서 엄마의 품에 안기라는 바람을, 그리고 엄마는 아이가 어려움을 헤치고 안전하게 품에 안기도록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애틋한 몸짓을 표현한다.

 

흙 속에서 만들어지는 생기는 용맥을 따라 진행한다.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에 흡수당하니, 당연히 바람과 물을 피해 이동한다. 따라서 산봉우리 사이의 잘록한 과협처(過峽處)는 바람과 빗물에 노출되기 쉬운 용맥이다. 그리고 드물게는 육지와 섬 사이의 해저 땅속을 통과하는 생기맥도 있다.

 

항상 뭉치고 흩어지며 흐르는 생기로서는 이 과협처나 바닷속 지하를 통과하기가 극히 어려운 진행 경로이다. 그러므로 풍수사는 생기맥이 건너편 산으로 진행하였는지 또는 여러 산줄기 중 어느 용맥으로 생기가 흐르는지를 살피게 되는바, 바로 부모가 양쪽에서 팔 벌려 환송하고 맞이하는 듯한 형국인 송영사(送迎砂)의 유무를 관찰한다.

 

이처럼 봉우리에서 양쪽으로 뻗어 내린 송영사는 생기를 보호하고 맞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산이 유정하게 개면(開面: 얼굴을 돌려 반기는 모습)한 형상으로 심리적인 편안함을 주며 기맥을 유인하기도 한다. 

 

                    

                     신안 앞바다의 섬으로 생기가 연결됨

 

 

 

                     섬의 송영사

 

풍수(風水)란 장풍득수(藏風得水), 즉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이치이다. 더구나 ‘금낭경’에서는 물을 얻음이 으뜸이라 하여 생기가 물을 만나면 더 진행하지 못하고 길한 자리를 만드는 이치를 금과옥조시 하였다.

 

일제는 1903년 조선 점령과 통치를 기정사실로 진행하던 중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에 의한 ‘산맥’개념의 지질분포도를 만들었다.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약탈하기 위한 목적의 지하자원 분포도이다.  이 ‘산맥’의 개념에 의하면 지금의 백두대간이 ‘낭림산맥’, ‘태백산맥’과 같이 단절된 형태로 나타난다.

 

조선 후기 여암 신경준(申景濬)의 저서인 산경표(山經表)의 내용으로 산은 인간을 나누고 물은 인간을 모은다는 원칙이 있다. 또한, 물은 산을 넘을 수 없고 산줄기는 개울이나 강을 건너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가 있다. 이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연결된 ‘백두대간’이 있고 그 밖의 산줄기를 ‘정간’과 ‘정맥’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낭경과 일제의 ‘산맥’개념 그리고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의하면 모두 겉으로 보이는 산줄기의 실체에 대한 연속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제는 이 기준을 더 발전시켜 내재한 기의 흐름으로 산의 연결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리라 본다.

 

왜냐면 기로써 통하는 산줄기는 하나의 몸체를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용맥이 물에 잠겨 있으니 산이 단절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따라서 육지의 산과 기로 연결된 바다 건너 섬은 하나로 이어진 용맥으로 봄이 풍수지리에서는 당연하다 하겠다.

 

생기맥이 바다(물)를 건너 이동할 수 있는 지형조건은 송영사가 있느냐가 필수이다. 과협처에서는 호종사(용맥을 호종하듯이 좌우에서 바람을 막아 주는 산)의 역할 또한 긴요하다. 얼핏 무작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산천의 기운은 짜인 질서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운행한다.

 

자연은 태초이래 줄곧 '타(他)'를 보호하려는 ‘본디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즉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는 순수함과 베풂의 품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과 정치인들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산천의 이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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