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이야기(칼럼)

독일의 풍수지리

풍수명인 2018. 9. 23. 19:05

2018년 8월 말 맹위를 떨치던 혹서의 끝을 뒤로하고 유럽 동부 지역의 풍수 탐방을 다녀왔다.
독일 마인강 유역의 프랑크푸르트 암마인과 베를린,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 및 외가, 헝가리의 도나우강 유역, 아드리아해에 면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모스타르, 슬로베니아 일부 및 기타 동유럽 몇 군데를 눈여겨본 수준이었다.
비록 촉박한 스케줄에 쫒기며 수집한 개략적인 자료이지만, 그곳의 산야와 물줄기 식생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상과 인성 등 풍수적인 느낌을 충실히 담아왔다.   
    
독일의 농룡(龍)과 자연
독일의 지리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필자의 2012년 2월 11일자 ‘프랑스의 농룡’이란 제목의 칼럼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풍수지리에서는 땅이 굴곡하여 만들어진 산맥이나 구릉을 그 모양과 역할로 보아 ‘용’이라 한다. 용(산맥)을 보고 땅속에서 흐르는 정기의 양과 질, 내용을 추측하고 진룡(眞龍)을 선택하여 용두(龍頭)의 명당을 찾는 간룡(看龍)을 한다. 그러므로 정기의 전달 통로인 용(龍, 산맥)을 체(體)로 하고, 흐르는 기맥을 용(用)으로 하여 그 형체를 보아 길흉을 판단하고 혈처를 찾게 된다.
 
비유하자면, 어떤 작용이나 정보를 운반하고 축적하는 수단인 ‘미디어’는 체(體)로서의 임무 수행을 하고, 체를 매개로 전달되는 ‘콘텐츠’가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근래에 삼성과 애플이 미디어의 한 분야인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한 소송전을 하는 결과, 미디어(體)가 주이고 콘텐츠(用)가 종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지 미디어는 그다음이다.
 
마찬가지로 풍수지리에서는 상지법((相地法)으로 체(體)인 산맥을 보고 용(用)인 기맥을 판단한다. 산맥의 성상으로 기맥인 콘텐츠를 미루어 판단하다 보니, 높고 험한 준령을 좋은 용(龍)으로 평가하는 실수를 흔히 범하기도 한다. 기맥이 많이 흐르는 용은 낮지만 둔중하여 많은 양의 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농룡과 평원

 

따라서 독일 교외에 줄곧 펼쳐지는 들판의 농룡(壟龍)은 현 탐방 루트 중 어느 국가에서도 보지 못한 흔치 않은 풍수 자료이다. 들판의 구릉 또는 언덕을 뜻하는 농룡은 이곳에서 풍성하고 힘 있게 꿈틀대며 서로 휘감는 장관을 연출한다. 오래전에 보았던 파리 근교의 농룡과 유사한 지리 환경인데, 들판 용의 힘찬 기운에 힘입어 이들 국가의 부강함을 이루었으리라는 풍수적 판단이다. 
  
우리나라 평지에서의 생활이 산간지방보다 생활이 여유롭고 인물이 많이 나는 이치도 이와 같다. 중중한 산들이 많지만 흘러가버리거나 고인 물이 부족한 산간은 음양이 불균형하다. 우리 국토의 산간 곳곳에 저수시설을 하여 비보(裨補)한다면, 알프스 준령들로 이루어져 곳곳에 카르-산마루 부근에서 곡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말미암아 ‘U’ 자 모양으로 파인 특이한 골짜기- 지형으로 만들어진 호수들로 가득한 스위스의 경우처럼 체(體)와 용(用)을 갖춘 균형 잡힌 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으리라. 첨언하면, 스위스는 인구비례로 가장 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국가이다. 
 

지난 근대사에서 유럽 강국들이 식민지를 확보하는 경쟁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동안, 독일은 여러 소국으로 분열되어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였다. 늦게나마 내부 통일을 한 후 그 후발 해소 방안으로 자국의 기술 수준을 극도로 향상하여 세계 1등 기계 제품을 만드는 선진 국가로 변모시킨 역사가 있다. 평원 농룡과 물길의 조화로움이 원동력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연이 이렇게 선악과 시비를 따지지 않고 사람에게 베풀고 있는 이유는 인간만이 의(義)를 갖추어 영(靈)하고 선(善)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농룡의 기운을 바르게 활용하여 지금의 유럽 경제위기와 갈등을 타개하는 주도자의 역할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의 산야에는 유독 위로 곧게 자라는 ‘리기다소나무’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직립(直立)하여 자라므로 건축에 쓰일 아주 좋은 자재임과 동시에 이 지역 사람들의 비교적 잔꾀를 부리지 않는 곧은 인성을 보는 듯하다. 평원에 대비(對比)하여 수직으로 솟은 형상은 음양(陰陽)의 균형을 잘 갖추어준다.
또한, 직립한 형상은 필기구를 상징하는 문성(文星)이니 양자물리학의 거두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륀트겐, 폰 바이츠제커 등 눈부신 천재들과 함께 칸트, 괴테, 니체, 헤겔, 하이네, 토마스 만, 쉴러, 하이데거 등 기라성같은 문호와 철학자들을 연상케 한다. 이 땅은 들판의 농룡과 함께 인재를 길러내는 보고이다. 

 

리기다소나무 군락

 

이와는 반대의 대표적 예로, 티베트의 포탈라궁과 주변 환경을 들 수 있다. 이 궁은 태산준령들 속에 또 하나의 산을 만든 모습으로, 수기(水氣)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음 기운만 왕성한 불균형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 건축물의 음양 불균형으로 사람들과 나라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 강변의 도시들
풍수(風水)는 바람과 물을 다루는 기술인데, 물을 더 중시하여 “풍수법은 물을 얻는 것이 제일이다〔風水之法 得水爲上〕”라고 하였다. 즉 물을 얻는지 여부로 국가의 존망을 가늠할 정도이다. 

 
가까운 일본의 예로, 1500년대 말 최고 실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압력으로 이인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사카에서 동쪽 변방으로 쫓겨 ‘에도’-지금의 도쿄-에 터를 잡게 되었다. 이후 도시의 물관리도 훌륭히 하여 1700년대 초에 이미 인구 100만을 상회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가 되었다. 제 2대 도시인 오사카 역시 바다에 면하여 음양 균형이 잘 잡힌 거대 도시로 번성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보스턴, 샌디에이고,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또한 큰 물인 바다와 대륙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도시이다.
더하여 싱가포르, 자카르타, 상하이, 타이베이, 시드니, 웰링턴, 암스테르담, 리스본, 나폴리, 베니스, 아테네, 이스탄불 등 아시아와 유럽의 대도시들 모두 육지와 해양의 기운이 만나는 지역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조선초 유독 산에 비중을 더 두었던 서울은 한나라의 수도로서 음양이 불균형하고 외부와 교류 수단인 수송로가 막힌 은둔의 쇄국으로 일관하다가 나라가 주변국에 강점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 결과 지금도 강대국들 틈에 끼인 변방국(蕃國)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해안에 면한 수도를 만들어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지리조건하에 외부와 교류하면 국가 번영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은 독일의 경제·금융의 중심지를 넘어 유럽 경제와 문화의 중심 도시이며 항공·철도·자동차 교통의 요지이다. 독일의 중앙부를 흐르는 마인강은 524km를 굽이굽이 흐른 후 하류에서 이 도시를 감싸돌고 양분하며 흐른다. 즉 마인강을 흐르던 수기 대부분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운반한 후 라인강과 합류한다. 바로 이 도시가 번성하는 자연조건이다. 강은 기(氣)를 쉼 없이 운반하는 동적인 풍수 매체이기 때문이다. 

 

마인강

 

마찬가지로, 체코 국경과 근접한 드레스덴은 중심부를 엘베강이 구곡 하며 흐른다. 여러 전쟁 속에 이 도시는 많은 손상을 입었으나 그때마다 재건하고 부흥하여 19세기에는 독일의 교통·공업 중심지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연합군의 맹렬한 폭격으로 시가는 거의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전후 유서 깊은 옛 건축물은 모두 복구되었다. 잠시나마 들러보았던 드레스덴 역시 어머니와 같은 엘베강의 양육에 힘입어 미(美)를 발산하고 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동부 저지대에서 넓은 숲과 많은 호수를 안고 있다. 외곽을 흐르는 하펠강은 엘베강에 흘러들어 북해와 연결되고 외곽 곳곳에 호수들과 해발 60~100m 내외의 농룡(壟龍, 구릉지)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슈프레 강은 도시 중심을 흐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북해에서 엘베강을 거처 하펠강으로 화물선이 빈번히 드나들고 오데르-슈프레 운하에 의해 발트해(海)와도 연결되어 독일 제3의 내륙항 구실을 하였다. 바다에 닿지 않았지만 해안 도시 못지않게 수기인 양기와 음기가 활발히 교류되고 있다. 더하여 수기와 함께 도처의 호수와 농룡의 기운이 독일 최대의 도시 베를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베를린과 외곽 물길(google 지도)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에서 182km 남서쪽에 있는 도시로 작센 주의 가장 큰 도시이며 BMW와 포르셰 공장이 있다. 엘베강(江)의 지류인 바이세 엘스터 강에 면한다. 이 도시 역시 베를린과 유사한 지리 조건으로 비옥한 라이프치히 저지(低地)에 위치하며 물이 모이는 호수들이 도시 외곽 곳곳에서 음양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즉 구릉지인 체(體)와 물인 용(用)의 작용이 사람들이 재능을 잘 발휘하도록 작용한다.
이런 지리 환경 때문인지 전통적으로 예술과 음악과 철학이 있는 도시이기에 악성 바흐, 대문호 괴테를 길러내었으며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발상지이기도 하다.
 
탐방 루트상에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이 도시는 알프스 산지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레히 강과 베르타흐 강이 합류하는 삼각지점에 있다. 수력이 풍부하여 공업 중심지이며 상업과 금융업이 발달하였고 예술가들의 활동이 왕성한 도시이다.
풍수에서의 물은 기(氣)를 나르는 매체이며 재물을 상징한다. 더구나 물줄기가 합해지는 곳은 그 효과가 배가된다. 도처에 호수를 끼고 두 강이 합수하는 아우크스부르크는 당연히 번영하는 풍수적 조건을 갖추었다.
 
로텐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중세의 보석'이라 일컬어진다. 주변에는 산이 없어 구릉지와 평원에 도시가 위치한다. 역시 타우버 강이 도시를 굴곡하며 기를 실어 나른다.
풍수에서는 넓은 평지에 울타리 없이 집 한 채 외따로 있는 농가나 별장 형태의 가상을 빈상(貧相)으로 가난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명당은 좌우 용호와 주작 현무로 사방이 바람을 막아주고 기를 흩어지지 않게 하는 산자락이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주변에 사신사 역할을 하는 산자락이 없는 경우에는 사방에 울타리를 쳐 비보한다.
로텐부르크 외부 시가지는 중세 성곽을 산처럼 의지하였고, 사신사 역할을 하는 성곽 내부의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번성하고 있었다.

 

로텐부르크 내성과 외성

 

독일의 국토는 남한의 3.5배이고 인구밀도는 평방 km당 229명으로 남한의 509명보다 훨씬 여유롭다. 이 나라 국경을 지날 때까지, 완만한 구릉과 평원이 지속해서 펼쳐지는 초원을 보며  ‘이 땅을 우리 농부들에게 맡기면 모든 곳이 농경지로 탈바꿈하리라’라고  내내 떠오르는 상념을 떨치지 못한다. 수입 농산물을 사 먹는 편이 저렴하니 이곳의 농사는 군데군데 옥수수밭이 간간이 보일 뿐, 그것도 수확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한 밭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산지가 국토의 70%인 우리에게는 매우 귀한 경작지이지만, 여기에서는 경작지가 드문드문 눈에 들어올 뿐 대부분이 잔디밭이다. 참으로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축복받은 나라이다. 특히 들판의 농룡과 도처의 물길이 풍수적인 일품이다. 즉 정적인 음(陰)의 농룡과 동적인 양(陽)의 물길의 조화가 풍수 이론의 으뜸이고, 오행(五行)은 그 다음이다. 
 
한편, 이곳 공항 입국심사 공무원의 의미 있는 태도를 돌이켜본다. 아마도 과거 독일의 분단된 역사를 지금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국민을 격려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당신네 나라의 과거 분단된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처럼 통일을 이루시라고 격려하는 느낌이었다.
독일이여! 복된 자연 자원에 힘입어 더한층 번영하여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에 일익을 담당하기 바란다.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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