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혈 3

서울의 화룡점정처(畵龍點睛處)

용을 그리고 맨 마지막에 눈동자를 찍어 넣다. 즉 일의 성공을 도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키는 것을 ‘화룡점정’이라 한다. 화룡점정의 출전인 《수형기(水衡記)》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양(梁)나라 사람 장승요(張僧繇)는 장군과 태수의 벼슬을 지냈지만 벼슬을 마친 뒤엔 그림을 그리며 지냈는데, 붓만 들면 세상 모든 것을 마치 실물처럼 그려냈다. 어느 날 금릉(金陵:남경)에 있는 안락사(安樂寺)라는 절의 주지가 그에게 절 벽면에 용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장승요가 부탁을 수락하고 붓을 든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용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니, 살아 움직이는 용을 보는 듯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솜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데 그는 용의 ..

소수서원 조안산과 고목

지난 겨울날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조안산”은 조산(朝山)과 안산(案山)을 합한 말로 안산과 조산을 동시에 부르거나 또는 하나가 역할을 겸할 때 그리고 딱히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 부르는 명칭입니다. 조안사(朝案砂)라고도 합니다. 조안사는 혈에서 가까워야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우면 혈을 핍박(逼迫)하는 느낌이 있어 역시 꺼립니다. 사진상의 조안산은 소수서원의 주혈처를 다정하게 굽어보고 두 팔 벌려 보호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즉 등 돌리지 않고 공손히 받드는 듯한 형세가 일품이었습니다. 만물은 생명체이니 그것이 보내오는 기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구별할 필요를 느낍니다. 만물의 모습을 볼 때 항상 면(面)과 배(背)를 살펴 그것이 보내는 무언의 언어를 알아채려는 노력이 필요합니..

경복궁의 뒷모습

2010년 4월 17일 (토) 조선 왕조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지키려 했던 왕권이 고종의 대한제국에 이어 일제 강점으로 상실되기까지의 과정을 오행설을 포함한 풍수사상으로 분석하고 추론해 보는 일은, 앞날을 설계하여야 하는 우리에게 교훈적인 의미로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움직이는 생물체에만 상호 대립이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이치가 통하는 바가 아니라, 산과 강 등의 자연 또는 건축물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경회루와 근정전의 대립 왕의 침소인 강녕전 서쪽에는 경회루(慶會樓)가 웅장한 모습으로 연못과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외국 사신이나 신하들과의 연회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경복궁 창건 당시 작은 누각이었으나 태종 12년에 지금과 같은 규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