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2

타고난 땅 팔자

수백 년 내지 천여 년을 생존하는 고목들은 예외 없이 땅의 생기가 집약된 혈에 자리하고 왕성하게 생육하는 금수저 팔자를 누리고 있다. 며칠 전 강화도의 한 유적지에서 본 나무들의 운명이 ‘땅 팔자’ 차이로 생사가 갈린 모습이다. 유난히도 태풍이 잦았던 작년 9월 태풍 ‘타파’로 수백 년 생을 마감한 잔재가 거대하다. 옆에는 보호수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으나 작년 풍수해 이후 철거되었다. 정자 좌우로 두 개의 혈을 맺었는데 태풍으로 희생된 고목은 한쪽 혈에서 다섯 걸음 정도 어긋난 지점에서 오랜 세월 버텨왔던 듯하다. 정자 반대편으로 10여 m 떨어진 곳에서는 작년의 수난을 잘 버텨낸 쌍둥이 수목이 ‘금수저’ 지력을 배경 삼아 정확히 혈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500년 수령의 강화군 보호수이다. 요즈음의 ..

카테고리 없음 2020.05.10

소수서원 조안산과 고목

지난 겨울날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조안산”은 조산(朝山)과 안산(案山)을 합한 말로 안산과 조산을 동시에 부르거나 또는 하나가 역할을 겸할 때 그리고 딱히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 부르는 명칭입니다. 조안사(朝案砂)라고도 합니다. 조안사는 혈에서 가까워야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우면 혈을 핍박(逼迫)하는 느낌이 있어 역시 꺼립니다. 사진상의 조안산은 소수서원의 주혈처를 다정하게 굽어보고 두 팔 벌려 보호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즉 등 돌리지 않고 공손히 받드는 듯한 형세가 일품이었습니다. 만물은 생명체이니 그것이 보내오는 기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구별할 필요를 느낍니다. 만물의 모습을 볼 때 항상 면(面)과 배(背)를 살펴 그것이 보내는 무언의 언어를 알아채려는 노력이 필요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