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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의 순역(順逆)과 정기(精氣)

세사(世事)의 흐름대로 순응하며 사는 생은 무난한 삶이요 성공하는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 무난한 삶은 무릇 법도와 예절, 상식과 보편적 감각을 바탕으로 모나지 않은 유연한 적응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하며 스릴이 없다. 반대로 반항아, 역모, 하극상, 패륜아... 이런 의미들이 바람직한 이미지로 통용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풍수지리 분야이다. 풍수지리는 역(逆)을 연구하는 학문이니 힘이 있으며 튀는 기질이 있고 역동적이다. 그리고 전해지는 말로 “마을 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한다”라고 한다. 풍수의 기본 원칙이 배산임수이니, 반드시 산을 배경하여 그 기운을 받아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경상북도의 현풍면에서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순과 역 그리고 산 정기의..

베네치아의 물과 부(富)

풍수에서 물(用)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살필 때는 제일 먼저 물길을 보고 그 일대의 인심과 살림 형편을 미루어 짐작한다. 다음으로, 산세와 지세를 관찰하고 그곳 주민의 조상에 관한 기록을 검토하는 순서를 밟는다. 여기에서의 물이란 흐르고 고이는 물 뿐만 아니라 논밭과 같은 평지를 포함하며, 차도나 오솔길도 기가 왕래하니 물로써 취급한다.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피렌체나 밀라노 또는 여느 유럽의 도시가 아닌 베네치아의 풍수에 대하여 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도시가 원래 주어진 땅을 기초로 세워졌으나, 베네치아는 습지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이 만든 땅 위에 세워진 도시이다. 바꿔 말하면, 가진 것은 사람과 소금뿐인 무(無)에 가까운 상태에서 순전히 창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