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물(用)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살필 때는 제일 먼저 물길을 보고 그 일대의 인심과 살림 형편을 미루어 짐작한다. 다음으로, 산세와 지세를 관찰하고 그곳 주민의 조상에 관한 기록을 검토하는 순서를 밟는다. 여기에서의 물이란 흐르고 고이는 물 뿐만 아니라 논밭과 같은 평지를 포함하며, 차도나 오솔길도 기가 왕래하니 물로써 취급한다.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피렌체나 밀라노 또는 여느 유럽의 도시가 아닌 베네치아의 풍수에 대하여 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도시가 원래 주어진 땅을 기초로 세워졌으나, 베네치아는 습지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이 만든 땅 위에 세워진 도시이다. 바꿔 말하면, 가진 것은 사람과 소금뿐인 무(無)에 가까운 상태에서 순전히 창출..